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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도전! 나에게 맞는 맥주 고르기

트랜스포터 2020년 4월 23일 32

[8호] 도전! 나에게 맞는 맥주 고르기

feat.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본 기사는 2020년 4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8호의 컨텐츠입니다.


크래프트 맥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바틀샵이나 마트의 맥주 코너를 방문하면 진열장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맥주를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것이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이지만, 처음 크래프트 맥주를 접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도무지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어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에는 늘 마시던 맥주를 집어 들거나, 영 취향에 맞지 않는 맥주를 고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크래프트 맥주와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땐 맥주의 관상, “라벨”을 보자. 맥주의 라벨은 알코올 도수뿐 아니라 맥주의 종류, 재료, 맛과 향 등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라벨을 알면 좀 더 취향에 가까운 맥주를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상했던 맛과 실제 맥주 맛을 비교해보면서 새로운 재미도 느낄 수 있다.

Step 1. 맥주의 종류를 확인하자

맥주 스타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고 그저 ‘Premium beer’, ‘High quality beer’의 문구만 표기되어 있는 맥주는 라거(Lager)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냥 라거인지, 다크 라거인지를 우선 확인한다. 다크라거는 맛이 좀더 구수한 편이다.

‘윗비어(Wheat beer), 위트에일(Wit Ale)’라고 쓰여 있는 맥주는 단어 그대로 밀맥주로, 제조 국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벨기에, 독일, 미국 등 만든 나라에 따라 그 맛이 차이가 나기 때문. 미국은 좀 더 깔끔한 맛, 벨기에는 산뜻한 맛, 독일은 풍부한 맛인 경우가 많다. 특히 ‘헤페바이스(Hefe-weiβbier)’는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방에서 밀맥주를 칭할 때 흔히 쓰는 표현으로, 맥주의 원료를 보리, 홉, 물만으로 제한한 맥주순수령을 준수하여 콘시럽, 설탕 같은 부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자연스러운 편이다.

IPA, 스타우트와 같이 맥주 스타일을 의미하는 표현을 통해 그 맛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안내일 뿐,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맛을 추구하는 브루어리도 많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의 맥주는 꼭 이런 맛이어야 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마실 필요는 없다.

Step2.  부재료를 확인하자

보리 이외의 부재료로는 쌀, 옥수수, 밀, 오트밀 등 곡물류와 설탕, 고과당 콘시럽과 같은 당류가 있다. 과일, 초콜릿, 락토스(유당)처럼 곡물로는 낼 수 없는 맛과 향을 내는 재료가 들어가기도 한다.

쌀은 깔끔한 맛, 옥수수는 특유의 단맛(마약 옥수수의 달콤한 끝맛을 상상해보자), 밀은 풍부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오트밀은 비터, 스타우트 같은 영국 맥주에 많이 쓰이는데 미숫가루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락토스는 달콤하면서도 새콤해서 맥주에 들어가면 마치 요거트와 연유를 넣은듯한 맛이 난다.

Step 3. 내가 선호하는 도수인가?

비슷한 맛이라도 묵직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깔끔한 저도수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자칫 단순해 보이지만 5도 이하의 맥주를 선호하느냐, 그 이상 도수를 선호하느냐는 맥주를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Step 4. 종류를 만드는 제조사인가?

회사마다 강점인 맥주, 약점인 맥주 스타일이 있다. 이를테면 IPA는 잘 만들지만 과일 첨가 맥주나 사워 맥주에는 약한 브루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독 맛있거나 맛없는 맥주를 만날 때는 맥주의 종류뿐 아니라 만든 회사도 기억해두자. 예를 들면 하와이 인기 브랜드인 ‘코나 브루잉’은 계절마다 생강, 레몬그라스, 자몽 등 다양한 향을 첨가한 맥주를 만드는데, 대부분 인공 향인데도 자연스럽고 산뜻해 여름과 무척 잘 어울린다. ‘코나 브루잉의 여름 계절 맥주’를 기억해두면 코나 브루잉에서 새로운 향 첨가 맥주를 출시할 때 망설이지 않고 시도해 볼 수 있다.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의 사워 비어나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의 아이피에이 같은 국산 크래프트 맥주도 기억해두면 좋다.

Step 5. 맥주 라벨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의 뜻을 기억하자

‘호피(Hoppy)’는 미국식 IPA 스타일 맥주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쌉쌀하면서 솔 향, 열대과일 향, 레몬, 오렌지, 자몽 향을 가진 맥주가 많다. 또, 쓴맛 보다는 홉의 과일 향이 강조된 맥주를 ‘주시(Juicy)’하다고 하는데, 뉴잉글랜드 IPA와 같이 드라이 호핑을 많이 한 맥주에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더블(Double), 트리플(Tripel), 쿼드러플(Quadrupel) 등의 단어가 적혀있다면 알코올 도수가 높고 묵직한 맛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책 표지 보듯 맥주 라벨도

오로지 맥주만을 위한 공간인 바틀샵에서 수많은 맥주의 맛과 향을 상상하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마치 서점에 들러 서가에 빼곡히 꽂힌 책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하기에 어렵고, 다양하기에 실패할 가능성도 많지만, 다양하기에 비로소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나눌 수 있기도 하다. 차곡차곡 쌓인 저마다의 맥주 역사와 취향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함께 고른 맥주를 따르고 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더욱 오래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된다. 다양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욱 매력적이고 소중해지는 존재, 크래프트 맥주. 맥주의 관상인 라벨 보기부터 조금씩 친숙해져 보면 어떨까?  


Written by. 음미하다 @eummihada

어릴 때 제사나 명절에 어른들이 한 잔씩 따라주시던 음복주의 씁쓸하지만 달콤한 그 맛과 즐겁게 마시던 분위기, 적당히 취기가 오르던 나른한 오후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한창이던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천여 가지 맥주를 맛본 생물학자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맥주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를 썼습니다. 우리의 크래프트 맥주가 우리의 음식과 문화가 되어, 맥주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당당하게 ‘나는 맥주가 취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맥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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