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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와 함께 하는 한식 페어링 꿀팁 A to Z

트랜스포터 2020년 1월 13일 154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와 함께 하는
한식 페어링 꿀팁 A to Z


Written by 음미하다


페어링이란?
술은 음식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술은 음식에 숨어있는 다양한 맛과 풍미를 이끌어내어 요리를 완성시켜주는 향신료와 같은 존재이다. 와인과 치즈처럼, 커피와 케이크처럼 맥주도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마시면 더욱 다양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처럼 술 마시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는 기막힌 술과 요리의 조합을 페어링pairing이라고 한다.

크래프트 맥주가 인기를 끌며 임페리얼 스타우트나 IPA와 같이 맛과 향이 강한 다양한 맥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개성 강한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는 치킨, 피자 말고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운 고추장 소스, 기름진 삼겹살처럼 자극적인 음식에는 가볍고 탄산이 강한 아메리칸 라거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데, 그렇다면 고추장 덕후는 늘 아메리칸 라거만 마셔야 될까? 간장이 들어간 나물과 갈비찜 같은 음식은 어떨까? 이런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맥주가 따로 있을까? 각양각색의 맥주와 안주 조합에 따라 맥주만 마실 때와는 다른 매력적인 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불쾌한 맛이 강화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맥주를 알아보자.


세종 맥주 :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세종(Saison)’ 스타일의 맥주는 과거 벨기에 농촌 지역에서 즐겨 마시던 맥주로, 예전에는 추운 겨울 농한기에 만들었지만 현재는 고온에서 발효하여 만든다. 때문에 맥주를 만드는 효모가 활발하게 대사 작용을 해 다양한 발효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세종 맥주 특유의 상쾌한 탄산과 후추•레몬 향, 산미는 다양한 한국 음식 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등 동양 문화권의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갈비찜처럼 묵직한 맛의 소고기 찜이나 튀김류를 제외하고는 왠만한 한국 음식과 무난한 궁합을 보여주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다.

매운 음식과 맥주 페어링

고추장불고기, 김치볶음밥, 김치부침개와 같이 매운맛, 단맛, 기름기가 함께 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맥주는 복(Bock)과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다. 둘 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맥아의 구수한 풍미가 강한 맥주인데, 알코올의 쓴맛과 맥아의 단맛이 매운맛과 기름기를 중화시켜준다. 독일식 밀맥주인 헤페바이젠도 매운맛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매운 음식과 먹으면 특유의 과일 향을 느끼기 어려우니 주의하자.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크게 향이 강조된 스타일과 쓴맛이 중심이 되는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바닐라, 위스키, 과일향이 도드라지고 단 맛이 강한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이블 트윈의 임페리얼 비스코티 브레이크 같은 맥주가 있다. 이처럼 맥주 이름이나 맛 설명에 비스코티, 케이크, 헤이즐넛 같은 디저트의 이름이나 향이 언급된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는 한국 음식과 페어링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맥주의 강한 향이 간장, 고추장, 마늘, 고춧가루 같은 한식의 기본 양념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향은 절제되어 있으면서 맥아의 맛과 홉의 쓴맛(구수한 맛과 단맛, 다양한 쓴맛)이 중심이 되는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경우에는 한식과 잘 어울리며, 특히 고추장 양념의 경우 고추장의 곡물 맛과 맥아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궁합이 좋다.

명절 음식 페어링

설날이 지나고 나면 냉동실 한 귀퉁이에 철 지난 명절 음식이 쌓이곤 한다. 함께 웃고 떠들며 먹으면 배부른 줄 모르게 손이 가던 음식들이지만, 한번 냉장고로 들어가면 금세 일상의 냄새가 배어선지 어째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럴 땐 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어보면 어떨까?
계피가 들어있는 약과나 약밥, 타래과는 향이 풍부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면 발매되는 펌킨 에일과 같은 계절 맥주와 마시면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한과는 맥아의 맛이 살아 있는 브라운 에일과 함께 먹으면 좋다. 한과의 조청 맛이 맥아의 단맛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해물 파전과 같이 해물이 들어간 부침개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괴즈, 고제, 벨기에식 밀맥주(벨지안 윗)와 함께 먹으면 좋다. 녹두전, 동그랑땡 같이 기름진 맛이 강한 부침개는 IPA로 느끼함을 날려버리자. 단, 초간장의 맛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부침개만 곁들이기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거품과 맥아의 구수한 향, 낮은 알코올 도수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기네스 맥주는 의외로 나물과 꽤나 잘 어울린다. 나물의 쌉쌀한 맛이 구수한 맥아의 맛과 만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강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다.

페어링 꿀팁! 갈비찜으로 레스토랑 기분 내기

갈비찜 1인분에 오드 브룬이나 플랜더스 레드 에일을 소주 반 잔 분량만 뿌려보자. 맥주의 과일 향과 약간의 쓴맛이 갈비찜에 복잡한 풍미를 더해주어 순식간에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남은 맥주와 함께 냠냠!

우리만의 맥주, 우리만의 안주


‘KFC’ 하면 흔히 미국의 치킨 프랜차이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나 영국에서 KFC라 하면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 (Korean Fried Chicken)’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치킨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시작은 외국 음식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한국 치킨의 ‘겉바속촉’ 질감에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 등 우리만의 개성이 더해지면서 우리의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맥주도 마찬가지이다. 시작부터 우리 술은 아니지만 맥주는 지금 우리가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다. KFC 처럼, 맥주도 보다 다양한 우리의 음식, 식재료와 어우러지며 우리만의 개성을 담아낸다면 얼마든지 우리의 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이곳에는 다양한 한국 맥주를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다양한 한국 크래프트 맥주를 찾아간다면 우리의 맥주도, 우리의 식문화도 보다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음미하다 @eummihada

어릴 때 제사나 명절에 어른들이 한 잔씩 따라주시던 음복주의 씁쓸하지만 달콤한 그 맛과 즐겁게 마시던 분위기, 적당히 취기가 오르던 나른한 오후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한창이던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천여 가지 맥주를 맛본 생물학자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맥주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를 썼습니다. 우리의 크래프트 맥주가 우리의 음식과 문화가 되어, 맥주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당당하게 ‘나는 맥주가 취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맥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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