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al Beer Magazine

[5호] 국내 테마 펍투어 시리즈 4. 2호선 타고타고 펍투어기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23일 371

국내 테마 펍투어 시리즈 4. 2호선 타고타고 펍투어기

※ 본 기사는 2019년 7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5호의 컨텐츠입니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한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차를 이용하여 펍에 방문하면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는 있지만 운전자 1인의 희생은 불가피하기 마련이니,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위치의 펍은 새삼 얼마나 소중한가. 이런 소중함을 되새기며 강북의 2호선 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훌륭한 펍들을 뚜벅뚜벅 찾아가 보았다.


2호선 신촌


신촌(新村) 의 자존심, NEWTOWN

신촌이라는 지역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너무나 획일적이다. ‘대학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다,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덜한 대학가 상권이라면 저렴하고 가성비를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가게들이 즐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것은.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선입견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한 멋진 곳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라는 단어는 가성비 이상으로 현재의 소비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고, 이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

수제맥주의 불모지라고 불’렸’던 신촌을 변화시킨 것은 2016년에 오픈한 수제맥주 펍 뉴타운(NEWTOWN). 뉴타운의 조광국, 최원석 대표는 신촌을 혼재된 상권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인근의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 같아 보이지만, 학교 관계자나 인근 대형병원 관계자, 모교를 찾는 젊은 직장인들, 서부권으로 넘어가는 교통편을 이용하는 직장인들 등등 꽤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한다는 점에서 신촌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지역이다.

뉴타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워낙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이라 부동산을 찾는 전화가 실제로 걸려오기도 하고, 은평에도 지점이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는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신도시와는 관계가 없다. 로컬에 기반하여 성장하는 수제맥주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신촌(새로울 신=NEW, 마을 촌=TOWN)의 한자를 영어로 풀어내어 지은 이름으로, 뜻풀이를 듣고 보면 심플하면서도 센스가 잘 반영된 네이밍이다. 이 의미를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역시나 외국인 고객들이라고. 체스말 모양의 로고 역시 신촌 지역의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도에서 신촌을 검색해보고 나타나는 실루엣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센스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뉴타운의 맥주 라인업은 생맥주만 무려 27종.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생맥주 탭이 27개나 되지만,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 내에 대체적으로 다 소진이 된다고 한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점차 신촌도 수제맥주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는 지역이고, 고가의 맥주들을 찾는 고객층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역 자체가 다소 저평가되어 있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며, 이태원이나 홍대 등지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신촌으로 붙들어매고 싶다고 하는 두 대표.

그래서 항상 기본을 잊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 맥주 큐레이팅에 무엇보다도 신경을 쓴다.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뉴타운의 강점이다. 무려 4명의 비어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맥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고객들을 능숙하게 응대할 수 있다. 대화 상대가 있다는 신뢰 덕분일까, 혼자 맥주를 마시러 오는 고객들도 점점 늘어 일평균 5명 정도의 혼맥 고객이 방문한다.

맥주의 신선함과 동시에 푸드 메뉴의 퀄리티 역시 항상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고기와 소시지가 듬뿍 들어있는 ‘미트러버’ 피자는 스파이시함이 적절히 가미되어 있어 여러 조각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피자의 묵직함을 깔끔하게 해소해 줄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과 가장 조화롭다. 고소하고 향긋한 트러플 향이 진동하는 ‘트러플버섯 리가토니’는 훈연향을 느낄 수 있는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 바이젠과 함께 하면 엄청난 후각적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두 가지 향이 결코 이질적이거나 부딪히지 않으니 꼭 도전해보길. 수시로 변동되는 생맥주 탭 중 2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올드 라스푸틴은 함께 나오는 초콜렛 한 알만 있어도 충분히 훌륭하다.

2년째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올드 라스푸틴. 질소 서빙되어 더욱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끌어안은 노포가 아니라, 퀄리티와 맛을 인정받아 진정한 신촌의 터줏대감이 되고, 누구나가 엄지를 치켜세우는 노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있는 뉴타운. 두 대표의 노력과 진심을 느끼며, 10년, 20년이 지나도 뉴타운에서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뉴타운]
010-7235-9980, @newtownbehere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12길 27
평일 16:00 – 01:00, 금요일 16:00 – 02:00, 토요일 14:00 – 02:00, 일요일 14:00 – 24:00


신촌에 생겨난 작은 성, 빌리지 브루어리

작년 겨울, 어찌보면 신촌 먹자골목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건물이 등장했다. 거칠지만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는 회색빛 육중한 벽과 그 뒤로 보이는 희고 깔끔한 건물이 중세의 성벽과 성을 연상케했다. 이러한 느낌을 더해주는 VILLAGE라는 글자를 보며, 이 성 안에서 어떤 메뉴와 맥주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솟았다.

출처 : 빌리지 브루어리

정말 성으로 입장하는 듯이 성벽 같은 문을 지나 우뚝 솟은 건물의 입구까지 가늘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내외부 모두 흰색과 회색을 메인으로 사용하여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풍겼고, 반듯한 테이블 위에 올라간 작은 초가 분위기를 돋우었다. 괜스레 비쌀 것이라는 걱정이 드는 분위기지만 메뉴판을 보니 가격대는 굉장히 합리적이었다. 세련된 메뉴 구성은 물론, 뛰어난 맛에 더해 풍부한 양까지 자랑하는 곳인데 이 가격으로 괜찮을까. 메뉴판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부조화에 신촌이라는 지역에 오픈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빌리지 브루어리의 이강훈 매니저에게 들은 대답 역시 신촌의 상권은 오롯이 대학생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성비 위주의 음식점들이 많기 때문에 역으로 분위기와 퀄리티에 중점을 둔 곳을 찾는 고객의 니즈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빌리지 브루어리는 그 틈새를 적절하게 공략한 셈이다.

신촌에 이런 곳이 생기길 기다렸다는 고객들이 많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예쁘고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달고기’라는 독특한 식재를 활용한 피쉬앤칩스가 인기가 좋다. 부산에서 직접 공수하여 오는 생선으로 담백하고 바삭하면서,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릿하지 않은 편이라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직접 구운 와플 위에 스파이시한 치킨을 올린 북미 스타일의 ‘피리피리 치킨과 벨기에 와플’ 역시 테이블마다 놓이는 메뉴. 단맛과 신맛, 매운맛을 모두 느낄 수 있어 미각적 자극의 향연이다.

그 밖에도 기념일별 디너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비어 칵테일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비어 칵테일’은 맥주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위스키나 커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풍미를 더하는 오리지널 메뉴이다. 코젤 맥주에 시나몬을 뿌려마시는 것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보고, 평소에 즐겨마시는 비엔나 커피도 응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맥주에 커피나 시럽을 섞는 것이 아니라, 맥주 본연의 맛을 보다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빌리지 브루어리의 스테디 맥주인 ‘에스푸마 둔켈’은 빌리지의 자체 양조 맥주인 ‘광부의 둔켈’에 에스프레소 샷과 휘핑크림을 블랜딩하여 만든 크림을 볼륨있게 올려주는 메뉴로, 흑맥주의 묵직함 달콤한 휘핑크림의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매 계절에 맞게 새로운 비어 칵테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양조 맥주인 농부의 라이스 라거, 광부의 둔켈, 악사의 헤페바이젠 등은 고창의 파머스 브루어리에서 양조한다. 말이 뛰어 다니고 검이 번쩍이는 중세 시대 배경의 드라마가 절로 스쳐가는 맥주 이름 은 외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마을(Village)’ 컨셉과 잘 어울렸다. 빌리지라는 컨셉으로 재미와 문화를 전달하고 독창적인 공간들을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와 함께, 신촌이라는 지역 자체가 보다 부흥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이강훈 매니저. 빌리지에서 본 퀄리티와 서비스가, 충분히 이 지역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저력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성곽 밖으로 나섰다.


[빌리지 브루어리]
02-332-1134, @village_brewery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11길 34
평일 17:00 – 01:00, 토요일 17:00 – 01:00, 일요일 휴무



2호선 을지로3가


#핑크문 #레트로 #시선강탈네온, 을지맥옥

최근의 을지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유의 힙한 감성으로 떠오르는 지역이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저 공업사와 인쇄소로 가득한 무채색 지역이었다. 기와탭룸, 연희탭룸에 이어 3호점을 준비하면서 2017년경 조현민, 송주영 대표가 둘러본 을지로 지역은 그야말로 단조로웠다고 한다. 그 무지 공간에 강한 컬러를 입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컬러풀한 네온과 쨍한 핑크색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을지맥옥이다. 인스타그램에 을지맥옥을 검색하면 나타나는 색채의 향연은 저 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2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는 내부는 전체적으로 네온의 컬러감이 돋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네온으로 인해 테이블이 초록빛이 되기도 하고 붉은빛이 되기도 하는데, 그 변화가 어지럽다기보다는 마치 한 자리에서 다른 공간을 경험하는 듯 색다르다.

그렇다고 을지맥옥이 단순히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올초 짧은 기간 안에 여러 종류의 자체 양조 맥주를 선보여서 놀라웠던 점에 대해 물으니, 자체 맥주에 대한 레시피와 컨셉, 네이밍은 이미 2016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다만 자체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단일 펍에서는 자체 양조 맥주의 물량을 소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3개의 펍을 운영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5월에 오픈한 을지맥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발빠르게 자체 양조 맥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2년 전부터 판매를 시작한 시어서커IPA에 이어 오렌지 비앙코(사워에일), 글렌체크(앰버에일), 핑크세종(팜하우스 에일), 셀비지 포터(포터)가 올초에 줄줄이 등장했다. 다섯 가지의 자체 맥주는 모두 각기 다른 브루어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각 스타일별 레시피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브루어리를 찾아갔다는 점도 대표들의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홈브루잉 경력과 펍 운영을 통해 얻은 지식정보를 통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체 양조 맥주들은 역시나훌륭했다. 시어서커IPA의 시원함은 작년에 이미 맛본 바 있다. ‘시어서커’가 쾌적하고 산뜻한 여름용 원단 이름이라는 것을 안다면 어떤 맛인지 짐작하기 더욱 쉬울 것이다. 예쁜 노란빛이 도는 핑크세종은 마시기 전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긋한 느낌이 일품이다. 바이젠처럼 부담없이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맥주였다. 오렌지 비앙코의 오묘한 향 또한 독특했다. 사워에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맛.

을지맥옥의 가장 인기 메뉴인 마라 골뱅이 소면과 을지로 닭튀김 역시 이 곳이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곳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생각보다 안 매운데? 하면서 계속계속 먹다 보면 슬슬 화끈함이 올라오는 마라 골뱅이 소면은 정말 매력만점이다. 비주얼에서 살짝 밀려 평범한 듯 하지만 소스에 찍어먹으면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을지로 닭튀김 역시 별미.

인테리어도, 맥주도, 안주도 훌륭한 팔방미인 같았던 을지맥옥. 인위적인 개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부흥을 통해 을지로의 노포와 함께 오래도록 공존하며 발전하고 싶다는 두 대표의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을지맥옥]
02-2272-1825, @euljirobrewing
서울 중구 수표로 48-16
월-금 15:00-01:00 토 14:00-01:00 일 14:00-23:30


5인 5색, 아담하지만 묵직한 공간, 끽비어 컴퍼니

이름이 워낙 독특해서 한번 듣고도 진하게 기억에 남았다. 끽비어 컴퍼니, ‘끽연’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네이밍이라고 했다. ‘끽(喫)’이라는 한자는 ‘마시다’, ‘음미하다’ 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단 한 글자지만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랑 더없이 잘 어울릴 뿐더러 임팩트도 있다. 너무나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을지로 세운상가에 자리를 잡은 끽비어 컴퍼니는 젊은 대표들이 운영하고 있다. 공동 운영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2인 혹은 3인 운영 정도를 생각했는데, 뜻밖에 5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맞이해주어 조금 놀랐다. 5명의 대표들은 브루어리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홍중섭 대표는 맥주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유형을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 스트레스를 달래준 것이 바로 맥주였다. 브루어리에 무작정 찾아가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제서야 제 옷을 입은 것마냥 일이 즐거워졌다고. 영화를 전공하던 이희구 대표 역시 차사고로 인한 후유증을 달래준 것이 맥주였다. 김대건 대표는 브루펍 홀에서부터 시작해 양조 파트로 넘어온 케이스였다.

각각의 이유로 맥주와 인연은 맺은 이들은 뜻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공방을 차릴 작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을지로 세운상가의 현재 끽비어 자리를 보게 되었다.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정감 가는 골목골목,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해질녘의 분위기가 어릴 적 살던 동네와 꼭 닮아있었다. 그렇게 이 자리에 아담한 펍이 하나 생겨났다.

최근에는 이 지역의 감성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나 오픈 당시에는 휑하기 짝이 없었다. 유동 인구가 그다지 많은 곳도 아닐뿐더러, 수제 맥주를 마실만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위치는 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곳에 펍이 있는지를 알았나 싶게 모여들었다. 대표들은 ‘진정성’이 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5명의 대표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만장일치가 되어야만 진행한다.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고객은 더더욱 설득할 수 없을 것이기에, 매순간이 첨예하다. 물론 그만큼 결정에 시간이 걸리지만, 대신 결정된 이후의 진행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5명의 납득과 인정을 거쳐 맥주를 만들고, 맥주를 고르고, 운영방침을 정해나가다 보니 맥주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끽비어가 가진 맥주에 대한 애정을, 맥주를 보는 눈을, 신중한 결정을 알아주고 있는 것이리라.

다양한 국내 맥주를 최상의 퀄리티로 소개하기 위해 리스트 자체도 신경써서 선정하는 것은 물론, 신선하고 알맞게 관리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종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매력적인 맥주들 뿐이라 ‘전부 다 주세요’를 시전하고 싶어지는 메뉴판을 보면 결정장애가 온다. 더군다나 맥주에 기대감이 쏠린 덕분에 살짝 뒷전이었던 안주까지 예상을 웃도는 뛰어난 맛을 자랑했다. 오동통통 귀여운 비주얼의 소시지와 달짝지근한 캔디드 베이컨은 심플하면서도 손을 멈출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취재 당시 가장 핫한 맥주였던 ‘팡팡’은 ‘역시’ 라는 수식어가 절로 나오게 했다.

깜IPA부터 팡팡까지, 자체양조 맥주가 굉장히 평이 좋다. 구성원의 과반수가 양조사이고, 드링커블함을 베이스로 한 재미있는 맥주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끽의 종착점은 양조장일 것이라고 했다. 대표 5인의 취향을 반영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양조장을 꾸릴 것이다. 김대용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술과 술의 교류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충원 대표는 맥주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고 성장하고 싶다고 한다.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로 뭉쳐 엄청난 에너지를 뿜고 있는 끽비어 컴퍼니. 5인 5색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발산할 끽의 미래가 기대된다.


[끽비어 컴퍼니]
070-8152-1234, @ggeek_beer
서울 중구 을지로 157 3층 외부 다열 376호 산림동
월-금 17:00-23:00, 토 15:00-23:00, 일요일 휴무



2호선 합정


다채로운 서울을 담습니다, 서울 브루어리

누구나가 알 만한 고유명사를 사용하는 일은 꽤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더 많은 비판을 받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셈이니까. 다행스럽게도 오픈한 지 어언 1년 반이 흐른 ‘서울 브루어리’는 다행스럽게도 본전 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브루어리로 성장해있었다.

서울 브루어리의 이수용 대표가 수도 없이 들었을 것 같은 지극히 흔한 질문을 또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브루어리’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수용 대표가 생각하는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뚜렷한 서울만의 아이덴티티를 내세우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 공존의 장이다. 그런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브루어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심플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적격이었다.

실제로 서울 브루어리는 ‘서울’스러운 어떤 아이콘이나 시그니처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서울이 담고 있는 것과 같은 다채로운 씬을 보여줌으로써 곧 ‘서울’을 표현한다. 일본인 디자이너가 설계한 건물에서 캐나다 출신 브루어가 맥주를 양조하며 다양한 국가를 경험하고 온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만 해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길다란 테이블과 군더더기 없는 탭핸들에서는 더없이 모던하고 반듯반듯 각잡힌 느낌을 받지만, 이를 지나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초록초록한 배경과 은은한 랜턴 조명에서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메뉴판에도 다채로움이 반영되어 있다. 프랑스 음식인 키슈(타르트의 일종)를 만날 수 있는 브루어리는 좀처럼 없으니까. 키슈는 타르트 안의 재료를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브루어리스럽다.

이러한 ‘서울’의 다양성이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역시 ‘맥주’다. 미국의 달달한 간식인 스모어에서 영감을 얻어 깊은 초콜렛 맛과 비스킷 향을 느낄 수 있는 맥주나 카라멜 소스의 맛이 도드라지는 촉촉한 케익인 트레 레체에서 영감을 얻은 맥주 등 실험적인 맥주들을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는,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맥주란 없지만 각기 다른 특성의 맥주들을 만들어내면 그 중 어느 한가지는 입맛에 맞을 것이라는 다채로움에 대한 존중 덕분이다. 현재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와의 협업을 통해 그리셋(grisette, 벨기에 에노(Hainaut) 지역에서 기원하는 저도수의 산뜻한 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고 있다. 그 외에도 편견을 부수는 독특한 맥주들을 계속해서 양조하기 위한 구상이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이수용 대표는 맥주 스타일의 경계를 더욱 파괴하여 더 새로운 맥주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다양한 풍미를 품고 있는 머쉬룸 & 소시지 키슈는 맛있어서 금세 자취를 감췄다. 몰트를 먹고 자란 닭의 유기농 달걀과, 망원동의 유명한 샤퀴테리 전문점 소금집의 수제 소시지를 사용하여 이미 재료만으로도 기본 이상을 갖추고 있다. 봄을 맞이하여 출시된 트로피컬 아일랜드 더블IPA는 풍부한 과일의 향을 느낄 수 있는데, 더블IPA같지 않게 잘 넘어가는 화사한 맛을 자랑한다. 여름을 위해 sour IPA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수용 대표의 예고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올라온다. 복숭아향과 화이트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새콤달콤한 설비뇽 사워에일을 맛있게 마셨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바삭한 튀김옷과 환상적인 와사비 마요 소스 덕분에 머쓱할 정도로 여러 차례 손이 가는 깔라마리 쉬림프 튀김도 추천 메뉴. 지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이수용 대표의 말을 되새기며, 친구와 함께 다시 방문하리라 다짐하며 서울브루어리를 나섰다.


[서울 브루어리 합정점]
070-7756-0915, @seoulbrewery
서울 마포구 토정로3안길 10
월-금 18:00-24:00, 토 13:00-24:00, 일 13:00-23:00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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