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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4인4색 맥덕들의 은밀한 사생활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10일 75

4인4색 맥덕들의 은밀한 사생활

※ 본 기사는 2019년 4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4호의 컨텐츠입니다.

대한민국 현재를 보여주는 신조어 중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란 단어가 있다. 여기 맥주 라이프를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을 느끼며 워라밸을 추구하는 4인의 맥덕들이 있다. 이들의 은밀하고도 즐거운 맥주 라이프를 들여다 보자.


Q.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네, 맥주를 사랑하는 마케터 김경윤, 프로그래머 송시영, 약사 송주한, 맥주 수입사 대표 이재준입니다.

Q. 맥덕이 된 계기가 궁금해지는데요.

김경윤> 집 앞에 크래프트브로스라는 바틀샵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이렇게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퇴근하고 맥주 고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맥주를 좋아하고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송시영> 예전부터 술을 좋아해서 여러 종류의 술을 즐겨 마셨는데, 그러던 어느날 마트에서 풀러스의 런던 프라이드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가격이 꽤 비싸다고 느껴져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과감히 구입해봤는데, 정말 ‘맥주도 이런 맛이 있구나’ 하며 감동했습니다. 그때부터 맥주에 빠져 이태원의 사계, 크래프트웍스, 더부스 등등의 펍을 다니면서 맥주를 마시게 되고 양조 체험까지 하게 되었네요.

송주한> 저는 해외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접하게 되었고 3년 전부터는 취미로 자가 양조를 하며 더 즐거운 맥주 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재준>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적에, 친한 형이 홀푸드 마켓을 데리고 가서 Unibroue의 벨지안 트라펠인 La Fin Du Monde를 추천해줬는데 그걸 마신 순간부터 쭉 맥주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김경윤님의 맥주 라이프

Q. 맥주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빠져들게 되셨어요?

김경윤> 그 어떤 술보다 다양한 맛과 향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소주는 맛의 VARIATION이 별로 없고, 와인과 위스키는 매우 다양하지만 제 식견이 어느 정도 있어야 그 다양함을 캐치할 수 있잖아요. 맥주는 그에 비해 훨씬 쉬워요.

송시영> 맥주의 매력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와인이나 위스키에서 사용한 배럴이나 이스트를 사용하면 맥주에서도 와인이나 위스키의 특징을 느낄 수 있죠. 또, 맥주를 마시면서 초코 케이크를 먹는다고 느끼거나,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매력입니다.

송주한> 우리 나라는 세금 때문에 대부분 술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종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준> 시작점에서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덕질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보면 그 다양성과 깊이에 눈뜨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가 굉장한 아이템이죠.

송시영님의 맥주 라이프

Q. 그렇다면, 어떤 맥주 스타일과 맛을 가장 좋아하세요?

김경윤> IPA와 페일 에일을 좋아합니다. 적당한 씁쓸함과 기분 좋아지는 과일향 덕분이예요.

송시영> 저는 그때 그때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뀝니다. 작년까지 뉴잉IPA를 즐겨 마시다가 최근에는 호피한 캐릭터에 살짝 질려서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을 마시고 있습니다.

송주한> 저도 매번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뀝니다. 크래프트 맥주가 많이 들어오기 전에는 마트에서 파울라너 같은 밀 맥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처음 제가 양조한 맥주는 스타우트였고 그땐 올드라스푸틴 같은 스타우트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요즘엔 삼분수나 드캠 등과 같은 달지 않은 괴즈들을 좋아합니다. 처음 마실 땐 뭐지 싶은데 자꾸자꾸 생각나고 침샘도 자극되는 게 평양냉면 같다고 할까요.

이재준> 저는 요즘 음용성이 좋은 뉴잉글랜드IPA와 쿰쿰한 팜하우스 에일/세종류를 제일 좋아합니다.

송주한님의 맥주 라이프

Q. 그렇다면 꼬리 질문으로, 생의 마지막에 딱 하나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어떤 맥주를 마실 것 같으세요?

김경윤> 모든 맥주는 처음 마셨을 때가 제일 맛있더라구요. 토플링 골리앗의 수도수보다 더 맛있는 [처음 마시는 맥주]를 마시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라고 감동받으며, 생을 마감하고 싶네요.

송시영> 생의 마지막이라니까 좀 의미 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습니다. 서울집시의 슈퍼히어로(샤인머스캣 그리고 수상한 버섯들)이 떠오르네요. 대표님이 자신의 일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들어 기부행사에 동참한 사람에게 맥주를 나눠준 이벤트 맥주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며 슈퍼히어로를 마실 것 같습니다.


Q. 맥주를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자랑 혹은 이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포부가 있나요?

김경윤> 맥주를 위해 맥주회사로 이직했다? 하하. 맥주가 주인공이 되는 여행도 꼭 해보고 싶어요. 트라피스트 맥주를 찾아 벨기에로 간다든지, 미국에 있는 IPA들을 섭렵하기 위해 미국을 간다든지 하는. 그런 부내나는 맥주 여행을 해보는 게 작은(?) 소망이에요! 생각만해도 행복합니다.

송시영> 기본적으로 맥주병, 잔, 코스터, 스티커 모으기를 해봤고, 수제맥주 회사에 소액 투자도 했었습니다. 맥주를 만들겠다고 양조 장비를 하나하나 사서 모았고, 인디고고라는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홈브루잉 장비에도 투자했는데 장비가 정식 출시되면 재미있는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된다면, MBCC 플래티넘 티켓을 사서 전세계 맥덕을 만나고 행사를 즐겨보고 싶습니다.

송주한> 1년 정도 미국 동부에 살면서 힐팜이나 트리하우스 등의 맥주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열흘 동안 미국 서부로 맥주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양조장을 방문하다 여유가 부족하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미국 동부 지역과 벨기에에 각 1년 정도씩 살면서 천천히 즐겨 보고 싶습니다.

이재준> 친구 2명과 함께 미국에서 2주간 2,500km를 운전하며 30곳 이상의 양조장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눈 뜨자마자 운전해서 저녁까지 3명이 교대로 운전했던 기억과 홉에 지쳐가는 혀를 원망하며 필스너만 마셨던 안타까운 기억이 나네요.

이재준님의 맥주 라이프

Q. 이미 어마어마하게 즐기고 계시네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맥덕의 남모를 고충들이 있을 것 같아요.

김경윤>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 맛있는 맥주를 다양하게 많이 마시고 싶은데 제 통장은 그럴 능력이 안되는 게 슬프죠.

송시영> 주변에서 맥주 추천을 원할 때 고민스럽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기도 하고, 혹시나 추천을 했는데 ‘싫어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합니다. 추천을 받는 것도 좋지만 맥주도 기호 식품이니 많이 드셔보고 본인에게 잘 맞는 맥주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송주한> 여러 맥주를 챙겨마시다 보면 살이 찔 수 밖에 없습니다. 계속 건강하고 즐겁게 맥주를 마시려면 운동 취미가 병행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이재준> 저도 계속 늘어나는 체중과 얇아지는 지갑이 고민입니다. 그리고 점차 수입되고 있지 않은 맥주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맥주 사업에 대한 꿈이 커지네요.


Q. 이런 고충을 이겨내고 진정한 맥주 라이프를 즐기고 계시다니 존경스러워요. 맥주를 즐기기에 최적인,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아지트가 있다면?

김경윤> 이미 많이 알려졌겠지만 재미있는 맥주를 다양하게 만드는 ‘서울집시’가 맥덕들의 아지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 맥주가 참 맛있어요! 그리고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종묘의 담과 한옥이 묘하게 맥주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송시영> 개인적으로 ‘스탠서울’을 자주 갑니다. 힐팜과 같은 다른 곳에서는 없는 맥주를 마실 수 있고, 무엇보다 친절하신 대표님들 때문에 좋아하고 있습니다.

송주한> 금호동 금남시장 근처에 ‘미탄’이라는 이자카야가 있습니다. 사장님이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서 식자재를 구입하셔서 인스타에 올려주시는 곳인데, 여기에 가면 맛있는 음식과 함께 괴즈를 마실 수 있습니다. 또, 근처에 ‘Coolship’이라는 멋진 이름의 람빅/괴즈 전문 펍이 있습니다. 엄선된 람빅/괴즈를 즐길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입니다.

이재준> 이거 말하면 다 알려지는 거 아닌가요?(웃음) 근데 알만한 맥덕들은 각자의 고유의 아지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누군가는 서울집시에서, 그리고 또 누군가는 레드코티지에서.


Q. 네, 이로써 여러분의 소중한 아지트가 다 알려지게 되었네요(웃음).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맥주시장에 한 마디 부탁드려요.

김경윤> 크래프트 맥주가 유행으로만 치부되고 흘러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더 견고해져 오래 버티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시영>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주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그리고, 맥덕 여러분, 수입되는 맥주도 좋지만, 한국 맥주도 많이 애용합시다. 주세법도 빨리 바뀌어서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고, 소규모 양조장은 좀 더 경쟁력을 갖춰 한국 맥주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특색을 가진 양조장이나 펍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단순히 기호식품으로 마시는것이 아니라 다양한 컬처를 만들어 내는 맥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맥주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을 하고, 취약 계층을 위해 기부를 하고, 사회 문제에 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컬쳐로서의 맥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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