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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홍콩 로컬을 먹고 마시다 탭하우스 65 peel 호란젱(何蘭正)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3일 114

홍콩 로컬을 먹고 마시다
탭하우스 65 peel 호란젱(何蘭正)

※ 본 기사는 2019년 1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3호의 컨텐츠입니다.

何蘭正 65 PEEL Hong Kong – Eat, Drink & Feel Authentic Hong Kong
Address : 65 Peel St, Central, Hong Kong
Hours : 월~금4pm – 1am, 일1pm-12am
Phone: (+85)2342 2224


크래프트 맥주를 따라 홍콩을 여행하는 맥덕이라면 한번씩은 가게 되는 탭하우스 65peel 何蘭正. 한자로 ‘하란정’이라고 쓰고 ‘호란젱(ho4 laan4 zeng3)’이라고 발음하는 이 곳은, 2016년 홍콩 센트럴 소호거리에 오픈한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인싸 탭하우스로 등극했다.

탭하우스로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포토 스팟으로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곳의 노란 철제 셔터와 홍콩스러운 네온 사인은 SNS상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노란 철제 셔터가 열리면 나타나는 바(BAR)는, 정돈되지 않았지만 어수선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내부 구석구석 정신 없이 소품들로 뒤범벅되어 있어 야매 한약방 같은 느낌.

문을 열면 나타나는 광경도 마찬가지인데, 네온사인의 빨간 빛까지 더해져서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총격전 배경같은 음침함과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생경한 듯 익숙한 분위기는 맥주 마시기에 더 없이 좋아 보인다. SNS 인싸를 노린다면, 곳곳에 신박한 포토 포인트가 많으니 욕심을 내봐도 좋을 듯하다

가장 시선을 끄는 네 글자의 붉은 한자, ‘鬼佬涼茶(귀로량차/과이로렁카/gwai2 lou2 loeng4 caa4)’는 ‘맥주’를 의미하는데 그 유래가 흥미롭다. 개화기 이전의 홍콩에서 서양인을 처음 본 사람들이 큰 체구와 하얀 피부, 파란 눈 때문에 이들을 귀신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한국의 색목인과 비슷), 이들이 마시는 맥주를 보고 귀신들이 마시는 차로 여겨 ‘귀로량차’라 불렀던 것. 그리하여 ‘과이로렁카(귀로량차)’는 현재도 맥주를 뜻하는 슬랭으로 사용되고 있다.

何蘭正(호란젱)은 홍콩의 로컬 브류어리에서 생산되는 크래프트 비어를 균일가로 450ml, 80홍콩달러(한화 약 11,500원) 소개하고 있으며, 동시에 로컬 기반의 식자재를 활용한 창작요리들을 안주로 페어링하여 지극히 홍콩스러운 크래프트비어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 주문한 것은 200ml잔에 4종류의 맥주를 고를 수 있는 샘플러 개념의 Beer Flight(140홍콩달러, 한화 약20,200원)트레이에 번호를 적어 표시해주어 어떤 맥주를 시켰는지 알아보기가 편하다.

주문해놓고 보니 4잔 중 3잔이 야들리 브라더스의 맥주. 평소에 야들리 브라더스는 홍콩의 로컬 느낌을 살린 맥주들을 다수 양조하고, 나아가 그들의 상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끔 마케팅을 잘 하는 브류어리라고 생각해왔는데, 맥주선택 과정에서 그들의 마케팅 포인트와 필자의 취향이 한껏 들어맞아 이러한 샘플러가 완성된 것 같다.

Hazel Honey Sweet Stout(Exclusive@65peel) 4.5% – Lion Rock Brewery
홍콩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고 여기는 명산 라이언 락의 정기를 담아 맥주를 양조하는 ‘라이언락 브류어리’에서 생산하여 이 곳 何蘭正(호란젱)에 독점 공급을 하고 있는 스타우트 계열의 크래프트 비어. 첫 맛은 커피처럼 쌉쌀한데 갈수록 소프트해지며 크리미한 맛으로 바뀌며 심지어 달달하기까지 하다. 쓴 맛이 강하지 않고, 특유의 짭짤한 간장향이 풍미를 돋우어 주기 때문에 스타우트계열을 즐겨찾지 않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마실 수 있다.

Ho! Ho! Ho! Christmas Ale 7.0% – Yardley Brothers
이번엔 크리스마스 시즌 스페셜인 호호호 크리스마스 에일. 크리스마스 느낌을 살려 바닐라와 시나몬의 스파이시한 향을 냈다고 하는데 실제로 마셔보니 바닐라보다 바나나의 향이 느껴지면서 절제된 시나몬 향이 어우러진다. 아직도 덥고 눅눅한 홍콩이지만 이걸 마시니 크리스마스의 느낌이 물씬 난다.

Machine Men Pale Ale 5.2% – Yardley Brothers
약간의 프루티함이 느껴지는 일반적인 페일에일이긴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스파클링이 많아 청량감이 아주 강조된 맥주. 여행객이라면 쌓인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리프레시용 맥주이지 않을까 싶다

Lamma Island IPA 6.3% – Yardley Brothers
야들리 브라더스의 시그니처인 라마 아일랜드. 홍콩에서 가장 매력적인 섬이라고 생각하는 라마섬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독특한 향과 맛을 기대를 했지만 예상을 깨고 굉장히 전형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진 맥주였다. 맥아와 홉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안정적인 발란스를 가지고 있어 Classic is the best의 모범. 데일리 맥주로 적합할 것 같다.

‘Ho L Jeng’ Creamy peanut curd w peanut sprout, piquillo pepper, preserved egg crystals sour & spicy dressing
(108홍콩달러, 한화 약 15,500원)
안주로 주문한 ‘Ho L Jeng’ 뭔가 이름이 너무 길고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땅콩두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땅콩으로 만든 연두부와 땅콩나물, 페퀴요 고추채, 피단을 다이스하여 만든 장과 녹색의 마라 드레싱과 오일이 곁들여져 나온다.
가스트로펍이나 파인다이닝에서 나올 법한 창작메뉴로서 비주얼로 보나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유니크한 맛으로 보나 단연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다.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맥주로 채워진 배에 부담을 전혀 주지 않는 안주거리로서 아주 적당하다. 조금 辣(라,혀가 마비되는 얼얼한 느낌)한 맛을 가지고 있어 맥주와 맥주 사이의 잔향과 맛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Hibiscus Pink Kolech 4.5% – Moonzen Brewery
호박색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문젠 브류어리의 콸쉬는 묵직해 보이는 색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청량감이 있었다. 설명에는 히비스커스 향이라고 적혀있지만 그보다 자몽에 가까운 시트러스한 맛과 쌉쌀함이 느껴졌는데, 여름맥주로 아주 적합할 듯하다.

Contemporary Pilsner 4.5% – Young Master Co.
투명도가 높은 클리어한 밝은 금빛의 색상이 아주 매력적이라 산뜻한 맛을 기대했지만 상쾌한 첫맛 후에 오는 쌉쌀한 홉의 맛이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맥주로 영마스터 브류어리의 젊은 감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Crab rice ball w red vinegar espuma(88홍콩달러, 한화 약 12,600원)
게살을 다져 밥과 함께 말아 튀긴 아란치오와 레드와인의 에스푸마가 곁들여진 튀김안주. 살짝 비릿한 게살의 향은 생물을 쓴 것을 증명해 주기는 하나, 게살을 튀겼는데 비릿하다니, 게다가 에스푸마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거의 머랭의 상태가 되어버린 형태의 폼은 빛 좋은 개살구. 주인장의 약간의 허세 에스푸마가 작용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French Fries w sauce bravo, aioli(70홍콩달러, 한화 약 10,050원)
역시 맥주에는 후렌치 후라이라는 공식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바삭함을 잘 살려내 튀긴 두께감이 있는 감자는 어느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두 가지의 소스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특히 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직접 만들었는지 물어보니 ‘아니 감자는 그냥 매뉴팩처 제품이고 소스만 우리가 조합해서 만들어’ 라고 시크하게 답변하는 직원도 매우 담백하고 꾸밈없는 홍콩적인 느낌이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크래프트 비어들과 함께 안주 메뉴를 곁들여 즐기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벌써 소호거리의 밤은 어둑어둑해졌다. 이곳 何蘭正(호란젱)은, 홍콩스러운 다소 정신 없는 분위기와 붉은 불빛을 배경으로 로컬 크래프트 비어와 유니크한 안주를 즐기며 홍콩 로컬을 마음껏 느끼고 싶어하는 홍콩 여행객에게 최적의 장소가 되어 줄 것 같다.

깜깜해진 밤거리 소호거리로 나서며 다시 한번 바라보는 何蘭正(호란젱)의 모습은 언젠가 홍콩의 밤거리를 떠올릴 적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Written by. 딱1인분씨
한국에서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이루지 못해서 홍콩으로 이주. 소소하게 살아가면서 먹고 느끼는 것을 블로그에 게재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엔서가 되고 싶은 싱글남입니다.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2ku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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