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al Beer Magazine

[3호] 알고 마시면 더 흥미로운 브루어리의 로고와 일러스트 이야기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3일 120

알고 마시면 더 흥미로운 브루어리의 로고와 일러스트 이야기

※ 본 기사는 2019년 1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3호의 컨텐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쁜 것을 좋아한다. (‘예쁘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선택이 필요한 경우, 품질이나 가격 못지 않게 디자인, 색감 등의 시각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낯선 맥주들이 가득한 마트나 바틀샵에서 캔 디자인이나 라벨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맥주를 집어들거나, 혹은 낯선 단어들의 향연이 펼쳐진 메뉴판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맥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몇 브루어리가 가지고 있는 ‘예쁜’ 부분들을 소개하려 한다. 눈에 띄는 로고, 개성 있는 이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들로 이 맥주는 맛있을 것이다, 하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브루어리들을 만나보았다.


맥주 마시는 매혹적인 한복 여성들, ‘바이젠하우스’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에서 선두주자 격인 바이젠하우스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3년부터 맥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제맥주를 제조해왔다. 덕분에 현재는 충청남도 공주시에 국내 소규모 맥주 제조자 중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브루어리로 성장했다.

바이젠하우스는 몇 차례에 걸쳐 포스터에 변화를 시도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바이젠하우스’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독일 수입맥주’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 국내에서 생산된 ‘우리’ 수제맥주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기존의 묵직한 느낌의 포스터(1)에 대폭 변화를 주어 2017년부터는 한복 입은 여인들을 등장시켰다(2).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캐릭터를 사용했지만 현대적인 아이템을 함께 배치하여 톡톡 튀는 인상을 주었고, 동시에 맥주의 특성도 훌륭하게 끌어내어 크게 호평을 받았다. 한복 입고 맥주를 마시거나 케그를 들고 가는 여인들은 왠지 살랑살랑 여운이 남는 은은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1) 바이젠하우스 초기 포스터
(2)

하지만 2018년 바이젠하우스의 포스터는 다시 한 번 변화를 모색했다. 보다 캐릭터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한복 입은 캐릭터들의 모습을 단순화하고, 옆모습으로 등장시켜 통일성을 부여했다. 개성있는 목각인형을 제작하는 ‘로건스택시’에서 디자인한 본 캐릭터는 바이젠하우스의 탭핸들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출시될 병맥주나 캔맥주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적이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여 바이젠하우스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바이젠하우스. 맥주의 맛 뿐만 아니라 고유의 브랜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가 더욱 기대된다.

  • Interviewee의 추천 맥주 (‘바이젠하우스’ 지선행 주임)
    하나만 고르기 어렵지만, 바이젠하우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맥주 ‘밤마실’을 추천 드립니다. 공주의 특산품인 밤을 넣어 양조한 브라운 에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여운이 남는 맥주입니다. 그 맛과 향을 못 잊으실 거예요. ‘상상하는 맛과 향’ 그 이상일 것을 100% 확신합니다.

우리 함께 놀아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몇 가지 단어 중의 하나는 ‘놀이터’. 어른이 되어버린 이후로는 좀처럼 방문할 일이 없는 곳이지만,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없던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뛰어 놀던 생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이 시대의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브루어리가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맥주 한 모금을 통해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출발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바로 그 곳.

맥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뜻에서 이름을 짓고 로고에도 놀이터의 가장 인기 어트랙션(!)인 미끄럼틀을 그려 넣었다. 기존의 다소 사실적인 형태의 미끄럼틀을 보다 직관적이게 간소화한 미끄럼틀 로고는 심플해서 더욱 눈에 들어온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로고 뿐만 아니라 맥주 라인업의 컨셉도 인상적이다. ‘하회탈’을 활용한 맥주 역시 플레이그라운드의 현대인을 향한 마음을 담고 있다. 억압받던 조선시대의 서민들은 탈놀이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이러한 역할을 이어받아, 현대인들이 ‘play better’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마음으로, 8가지 탈의 특성을 녹인 맥주를 만들었다.

양반탈’을 모티브로 하는 젠틀맨 라거는 7.6도라는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임페리얼 라거로, 웃고 있지만 결코 온화하지만은 않은 ‘양반탈’의 특징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또, 라거가 평정하고 있던 기존의 맥주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한 아메리칸 IPA가 마치 파계승인 ‘중탈’과 비슷하여 탄생한 것이 몽크 아메리칸 IPA. 이와 같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들에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맥주의 특성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일러스트는, 일러스트레이터 케빈 조의 작업을 통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누구나가 한번 보면 잊지 못할 강렬한 탈 그림은 플레이그라운드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는 일산과 송도에 탭하우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서울에 탭하우스를 오픈할 계획이 있다고 하여 반갑다. 또한 하회탈 외의 새로운 컨셉도 준비 중이라고. 플레이그라운드의 Play Better를 새로운 형태로, 그리고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본다.

  • Interviewee의 추천 맥주 (‘플레이그라운드’ 원현선 매니저)
    겨울에 어울리는 위치 초콜렛 스타우트(할미탈)를 추천합니다. 위치 초콜렛 스타우트는 구운 보리와 오트밀을 넣어 바디감은 살리고, 초콜렛으로 마무리하여 단맛과 쓴맛의 밸런스를 극대화 한 정통 스타우트입니다. 2018 Asia Beer Championship에서 스타우트 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올 겨울은 적당히 쌉싸름하면서도 마무리로 달콤한 초콜렛 향까지 느낄 수 있는 위치 초콜렛 스타우트와 함께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뭔가 수상한 그 곳, ‘칼리가리 브루잉’

1919년에 공개된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그 파격적인 연출과 스토리로 인해 영화사에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프란시스의 시선에서 칼리가리 박사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기묘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사에서는 큰 족적을 남겼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가 알고 있는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기에 ‘칼리가리 브루잉’이라는 이름의 브루어리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수상한 이름의 펍은 절로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2016년 인천 송도에 새롭게 등장한 칼리가리 브루잉의 박지훈 대표는 영화와 음악 학도였다고 한다. 덕분에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오마주한 펍을 런칭하고, 영화 속 칼리가리 박사가 쓰고 나오는 페도라 모자에 맥주 거품을 얹어 독특한 로고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받은 충격적인 신선함을 담은 맥주를 양조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낯선 이름인 만큼 기억에 남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가게 이름이 어렵다, 길다, 펍 분위기가 괴상하다 등등 다양한 리액션이 있었다. 할리갈리, 칼리갈리 등 잘못 읽히는 경우도 많거니와, 심지어 어떤 외국인 손님은 Caligari를 CallGirl이라는 글자로 잘못 보고 접대가 이루어지는 BAR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독특한 동시에 어렵기도 한 네이밍인 만큼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까지는 직영 펍 위주로만 자체 양조 맥주를 유통했지만 병맥주를 출시하여 판로를 넓혔고 올해부터는 외부 펍에도 보다 다양하게 유통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8년 11월에는 미카엘 셰프와 콜라보하여 맥주를 양조하기도 했다. ‘미쇼’라는 이름의 아시안 윗비어는 생강과 오렌지필 등의 향신료가 더해진 개성 있는 에일이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무성 영화에서 컨셉을 차용한 흥미로운 브루어리, 칼리가리의 또 다른 시도와 변화가 궁금하다.

  • Interviewee의 추천 맥주 (‘칼리가리 브루잉’ 박지훈 대표)
    한 가지만 추천하는 건 너무나도 어렵지만, 딱 하나만 추천하자면 세션IPA인 ‘사브작IPA’를 추천합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일반 IPA보다 도수와 쓴맛이 적어 목넘김이 좋아 사브작 사브작 가볍게 드실 수 있는 IPA입니다. 밀 맥아와 여러 종류의 홉을 넣고 2가지의 효모를 배양, 접종하여 향에 좀 더 집중하여 양조했습니다.

적막을 깨며 달려가는 들고양이, ‘안동맥주’

보리를 물고 도망치듯 달려가는 고양이 로고를 사용하는 브루어리를 보고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의문에 빠졌다. 고양이가 보리에 관심을 보이는 동물이었나.

알고 보니 그 로고의 모티브가 따로 있었다. 바로 병아리를 물고 가는 고양이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마당의 모습을 묘사한 조선시대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 ‘적막함(寂)’이 깨진다(破)’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의 제목대로, 병아리를 입에 물고 도망가는 검은 들고양이로 인해 평화로운 집안이 시끄러워지며 집주인 내외와 마당의 닭 모두 허둥거리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부르는 풍속도이다.

로고의 주인공인 안동맥주는 양준석 헤드브루어와 이인식 시서론이라는 강력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브루어리이다. 둘 모두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의 몸이라 고양이를 로고의 주인공으로 삼으려고 하던 차에, 파적도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적막함을 깬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 제목도 안성맞춤이었다. 안동맥주가 맥주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길 바라는 바람과 일치했다. 파적도의 고양이에게 병아리 대신 보리를 물게 하여 브루어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로고가 완성되었다.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물개 일러스트를 그린 조인혁 작가의 손을 거쳤다.

내년에도 제 2공장의 세팅과 더불어 전통주 양조장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 안동 맥주. 나는 듯이 가벼운 몸짓으로 달려가는 로고 속 고양이의 모습에서 안동맥주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다.

  • Interviewee의 추천 맥주 (‘안동맥주’ 양준석 헤드브루어)
    가장 대표적인 맥주, “홉스터 IPA”를 추천 드립니다. 최근의 트렌드와는 약간 다르게 몰티한 느낌과 적절한 비터, 그리고 아로마의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한 맥주 입니다.

광주의, 광주에 의한, 광주를 위한. ‘무등산 브루어리’

전라도 광주의 유일한 수제맥주 양조장으로서, 광주를 대표하며 광주 시민들의 정신 문화를 상징하는 ‘무등산’을 브루어리 이름으로 정한 ‘무등산 브루어리’. 또한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중요 동식물)으로 지정되어 있는 수달을 마스코트로 삼았다.

무등산 브루어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역색을 담뿍 살리고 있어 그야말로 수제 맥주의 정신인 ‘local’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단순히 이름으로만 광주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고, 나아가 이를 개성 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브랜딩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워매IPA’를 들 수 있는데, 광주의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을 넣어 만든 맥주이다. 수박의 영어 표기인 Watermelon과 전라도 사투리인 ‘워매’를 중의적으로 활용하여 붙인 이름도 위트 넘친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하루 전날에 출시되어 ‘평화 페일에일’이라 이름 붙인 맥주도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히스토리를 반영하고 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광주 무등산을 대표하는 수달이 잔을 부딪히고 있는 일러스트는 그야말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절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수달 로고를 활용한 MD 상품도 제작하고 있다. 파인트 컵은 방문객들의 문의가 많아 현재는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에도 지역색을 살린 아트 상품을 기획하여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광주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스포츠 행사가 많이 개최되는 곳이다. 광주 비엔날레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이고, 아시아 문화 전당에서도 상시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도 개최되어 광주의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광주를 찾는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광주의 도약과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필수 방문지’이자 ‘명물’로서 더욱 널리 알려질 무등산 브루어리의 올 한해는 더욱 뜻 깊을 것 같다.

  • Interviewee의 추천 맥주 (‘무등산 브루어리’ 윤현석 대표)
    현재 6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맥주는 평화 페일에일과 워매IPA입니다. 평화 페일에일은 광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페일에일 맥주로서 깊이있는 맛을 자랑하구요, 워매IPA는 IPA맥주 특유의 강한 홉향과 쓴만과 함께 은은한 수박향의 마리아쥬가 일품인 맥주입니다.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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