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al Beer Magazine

[3호] 국내 테마 펍투어 시리즈 3. 바다와 맥주가 있는 도시, 부산 펍투어기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1일 48

바다와 맥주가 있는 도시, 부산 펍투어기

※ 본 기사는 2019년 1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3호의 컨텐츠입니다.

부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버금가는 번화하고 아름다운 도시.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멀리 나가야 하는 내륙에 살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동경과 환상을 품게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볼 거리, 먹을 거리 가득한 그 부산에 이제 ‘마실 거리’도 가득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오직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마시기 위해 부산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트랜스포터도 맛있는 수제 맥주를 찾아 부산으로 향했다.


설레는 신 맛의 세계로,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넘실대는 파도 로고에서부터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국내 최초로 신 맛이 나는 맥주인 ‘사우어 맥주(Sour Beer)’를 선보인 브루어리로 유명하다. 2015년부터 양조를 시작했지만, 부산 송정 지역에 브루어리와 펍을 정비한 것은 2017년의 일로 2018년 8월에는 오픈 1주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별히 리테일 시설이나 식음 시설이 많지 않은 주택가 지역에 널찍하게 위치하고 있어 특히나 눈에 띄는 이 브루펍은 낮에 봐도 예쁘지만, 외부의 파도 로고에 환하게 빛이 들어오고 테라스의 전구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것 같은 한층 더 분위기 좋은 공간이 된다.

오픈 직후 조금 한적한 시간을 틈을 타 방문하였더니 양조장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은빛 저장조, 발효조들과 케그들 속에서 다소 생소한 풍경을 연출해주는 주인공은 바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대한 오크통. 와일드웨이브 브루펍과 그 시작을 함께 하여 약 1년 간 숙성된 배럴맥주는 오픈 1주년 행사 때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는 메뉴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와일드웨이브의 특징인 산미가 강한 맥주가 배럴에서 보다 숙성되어 더 중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양조장 투어를 마친 후에 배럴 시리즈 3종(패션 프룻 사우어, 브렛 세종, 브렛 호피 에일)을 모두 맛보았는데 서로 다른 3가지 쿰쿰한 매력에 취해 잔 가까이 코를 대고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오지 못했다.

간단히 양조장을 둘러본 후에는 창가자리에 앉아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맥주인 ‘설레임’을 주문했다. 국내 사우어 맥주의 표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설레임은 정말 새콤시큼하여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나 다행히도 내게는 好好였다. ‘설레임’과 설레임의 신 맛을 살짝 줄인 ‘설레임 라이트’, 설레임에 남해유자를 가미한 ‘유자 설레임’ 등 종류가 다양하니, 설레임의 신 맛을 접하기에 망설여진다면 설레임 라이트부터 도전해보기를 추천.

설레임의 오묘한 맛에 빠져버린 내게, 밝고 쾌활한 펍매니저님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이런저런 비교시음을 권해주셨고, 덕분에 시큼새큼한 사우어 맥주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다. 정말 설레는 기분으로 실컷 설레임을 만끽할 수 있었던 멋진 저녁이었다.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051-702-0839
https://www.wildwavebrew.com/
설레임 6.0 / 유자 설레임 6.5 / 스탠다드 샘플러 13.0 / BBQ플래터 29.0 / 트러플 감자튀김 10.0


개성 넘치는 부산 맥주, 갈매기 브루잉

‘부산’하면 떠오르는 가장 친숙한 지명, 해운대와 광안리. 다행스럽게도 두 곳 중 어느 해변가에 가더라도 갈매기 브루잉을 만날 수 있다.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는 본점이자 브루펍은 광안리에, 탭룸은 해운대, 서면, 남포 등 부산 주요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2014년 5월에 오픈하여 어느덧 4년째, 부산인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타 도시의 맥주 애호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갈매기 브루잉. 부산 내에서만 펍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개최되는 맥주 페스티벌에도 제법 참가하고 있는 편이라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다.

대표 라인업을 종류별로 마셔보기 위해 ‘스탠다드 샘플러’를 주문했다. 라이트하우스 블론드, 캠프파이어 앰버, 갈매기 IPA, 에스프레소 바닐라 스타우트의 4가지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 스탠다드 샘플러는 가지런한 명함 사이즈의 카드와 함께 테이블에 안착했다. 각 맥주별 이름과 스타일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카드를 꼼꼼히 읽어보고 하나하나 음미하기 시작.

4종의 맥주 중 가장 무난하게 맛있었던 ‘라이트하우스 블론드’. 또, 커피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미각을 사로잡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던 ‘에스프레스 바닐라 스타우트’에 여러 차례 손이 갔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이름에서부터 시그니쳐임을 알 수 있는 ‘갈매기 IPA’. 다채로운 맛과 향의 향연으로 이게 바로 IPA라는 맥주 스타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페어링하여 먹은 버팔로 치킨 피자는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적절하게 양념된 치킨과 치즈의 하모니, 그리고 두툼한 피자 도우는 한 조각만 먹어도 포만감이 들었다. 훌륭한 피맥 타임을 마치고 걷는 부산의 밤거리는 더욱 예뻤다.


갈매기 브루잉 광안본점

부산 수영구 광남로 58
070-7677-9658
http://www.galmegibrewing.com
갈매기IPA 6.5 / 유자 고제 6.5 / 스탠다드 샘플러 13.0 / 피자 15.0~17.0


영국과 한국의 크로스! 고릴라 브루잉

갈매기 브루잉 브루펍에서 도보로 얼마 걸리지 않는 위치에 또 하나의 부산 대표 브루펍이 있다. 검은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묵직한 인상의 고릴라 그림이 돋보이는 고릴라 브루잉. 2015년, 두 명의 영국인이 영국의 수제 맥주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고릴라 브루잉을 만들었다. 그래서 ‘다크 너트 브라운’처럼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의 브라운 에일을 양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산 페일에일’처럼 부산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한국적인 맥주를 양조하기도 한다.

고릴라브루잉은 1층의 일부를 양조장으로 활용하고 2층 전체를 펍으로 사용하고 있다. 펍이지만 비어요가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는 내부는 넓고 탁 트여 있어 개방감이 느껴진다. 탭 리스트에는 고릴라 브루잉의 자체 양조 맥주는 물론 다양한 게스트 맥주도 있어 선택 폭이 넓다.

고릴라 브루잉에서의 초이스는 ‘부산 페일에일’(ABV 4.5%, IBU 32.8). 부산에서 펍을 운영하면서 부산 고객들의 취향과 입맛을 파악하여 그 선호도에 맞춰 양조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클래식한 페일에일류로 도수가 낮고 쓴 맛이 강하지 않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함께 주문한 칠리치즈 프라이즈도 매콤하면서 매력적인 소스와 잘 어우러져 굉장히 맛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방문한 탓에 좀 더 먹고 마시지 못한 아쉬움이 깊이 남은 고릴라 브루잉. 다음 부산 여행 때는 반드시 가장 먼저 찾아가고 싶은 곳.


고릴라브루잉

부산 수영구 광남로 125
051-714-6258
https://gorillabrewingcompany.com/
(14oz 기준) 고릴라IPA 6.0 / 부산페일에일 5.5 /피자 14.5~15.5 / 프라이즈 9.9~10.9


부산 속의 체코를 느껴보자, 프라하993

갈 때마다 새로워지는 부산. 그 중 2016년, 망미동에 오픈한 F1963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45년 동안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 서점, 카페, 체코 비어펍, 파인다이닝 등으로 채워졌고, 건물 주변은 대나무숲과 플라워샵 등 친환경 힐링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그 특별한 공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브루펍, 프라하 993. 알고 보니 993이라는 숫자는 바로 체코에서 최초로 맥주 양조를 시작한 브제브노프(Brevnov) 수도원에서 양조를 시작한 연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펍 내부에는 2016년 체코 국경일 행사에서 공개했던 브제브노프 수도원의 돌도 전시되어 있다.

오픈한 해인 2016년에는 직접 양조를 하지 않고 체코에서 맥주를 들여와 판매했지만, 현재는 브루어리를 갖추고 체코 전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직접 체코 맥주를 양조하는 브루펍이다. 보리와 홉 등 물 외의 모든 재료를 체코 현지에서 공수하여 양조하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체코 스타일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또한, 꼴레뇨(동유럽식 족발), 폭립 등 동유럽에서 즐겨먹는 음식들이 메뉴판에 올라와있어 체코 스타일의 페어링을 즐기는 묘미도 있다.

프라하 993에 처음 왔다면 둥글넓적한 체코식 전용잔에 서빙되는 전통 체코 필스너 ‘페일 라거’를 마셔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페일 라거’는 그 이름대로 가벼운 바디감이 돋보이는 산뜻하고 상쾌한 맥주였다. 취향에 따라서는 자칫 묽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가벼운 라거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꿀꺽꿀꺽 넘길 수 있는 스타일의 맥주. 페일 라거와 함께 하면 더욱 맛있었을 꼴레뇨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 남긴 채, 망고가 올라가 산뜻함이 더해진 퀘사디아와 함께 낮맥을 즐겼다.


프라하993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051-757-2703
@praha993_brewing
페일라거 7.0 / 샘플러 10.0 / 꼴레뇨 27.0 / 바비큐립 29.0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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