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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양조계의 라이징 스타를 만나다. 서울집시 브루어리 ‘이현오 양조사’

트랜스포터 2019년 7월 1일 166

양조계의 라이징 스타를 만나다. 서울집시 브루어리 ‘이현오 양조사’

※ 본 기사는 2018년 10월에 발행된 트랜스포터 2호의 컨텐츠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문화유산 종묘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길의 이름은 순라길. 생소하지만 정겨운 한글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길은 조선시대에 순찰을 돌던 길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고, 종묘를 가운데에 두고 동쪽은 동순라길, 서쪽은 서순라길이라 불린다. 그 중에서도 서순라길은 창덕궁 돈화문까지 뻗어있는 예쁜 돌담길로, 최근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 곳. 이 서순라길에 ‘서울집시’라는 수제 맥주 펍을 오픈하고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는 이현오 양조사를 만나보았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크래프트 비어와 서울집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아본다.

  • 서울집시는,
    두 명의 양조사가 그야말로 ‘집시’처럼 전세계를 유랑하며 재미있고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고 있는 집시 브루어리. 여행을 하며 삶의 순간순간에 얻은 영감을 맥주로 그려내고 있다.
  • 집시 브루어리란,
    자체 양조장을 보유하지 않고, 타 양조장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 팬텀 브루어리라고도 불린다.

Q 최근 서울집시의 입소문이 정말 굉장해요. 국내 수제맥주계의 라이징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서울집시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이현오 양조사님,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A 네, 감사합니다. 저는 서울집시 비어컴퍼니의 Co-founder이자 Head Brewer(양조 책임자)인 이현오입니다. 저희가 워낙 실험적인 맥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독특한 맥주를 원하셨던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입소문이 좋게 난 것 같습니다.

Q 서울집시 소개 중 ‘두 명의 양조사가 세계를 유랑하며..’라는 문구가 있던데 언제부터, 그리고 왜, 유랑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A ‘서울집시’라는 상호에서 느끼셨겠지만 시간이 생기면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했어요. ‘길 위에서의 경험이 진짜다’라고 생각해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50개국 정도 유랑을 했네요.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맥주를 마시다 보니 한국에서도 이런 맥주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양조장들과 콜라보레이션 통해 색다른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고, 곧 해외 양조장들과도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만의 색다른 맥주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저를 신나게 합니다.

Q 50개국을 유랑하셨는데 가장 기억 남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A 주저 없이 벨기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마 전 세계의 양조사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벨기에라고 말할 것 같은데요, 한 해에 만들어지는 맥주 종류만 해도 몇 천 가지나 될 정도로 맥주를 정말 정말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장 트렌디한 맥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양조사들에겐 맥주의 성지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벨기에에서의 기억이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맥주들도 벨기에식 스타일을 저희 방식대로 해석하여 양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Q 그렇군요. 유랑 중 가장 기억 남는 맥주도 궁금하네요.
A 2008년에 영국 런던에서 pub-crawl 중 지금은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하지만, 당시만 해도 신생 맥주 회사였던 브루독(Brewdog)에 가게 되었어요. 거기서 처음 마셨던 Trash Blonde라는 맥주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당시만 해도 홉을 과하게 사용한 호피한 맥주가 흔하지 않았거든요. 그 풍부한 과일향의 화려한 맛이 잊혀지지 않아 다음날 이메일을 보냈어요! 한국에 수입하고 싶다구요. 그때 당시엔 브루독이 작은 회사라 영국에서만 판매한다는 답장이 와서 한동안 참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Q 10년 전에 그런 맥주를 마셨다면 정말 기억에 오래 남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 맥덕에서 양조사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요즘에는 한국에도 좋은 맥주가 굉장히 많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태원에 일부러 찾아가야만 기네스, 파울라너 정도를 마실 수 있었어요. 제가 여행하면서 마셨던 훌륭한 맥주들을 한국에선 찾을 수 없었죠. 그렇다 보니 제가 마시고 싶은 맥주를 자체수급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기숙사에서 혼자 독학하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도미토리 브루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맥주들을 만들다 보니 제가 만든 맥주를 마시며 느꼈던 행복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프로 양조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Q 보다 맛있는 맥주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양조사가 되기로 결심하셨군요. 이번에는 다소 생소한 동네인 서순라길에 서울집시를 오픈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A 요즘 외식 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잘 되는 가게의 인테리어와 컨셉 등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변하지 않는 서울집시만의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부동산을 다니던 중, 서순라길을 보고 사랑에 빠졌어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종묘 돌담길은 누군가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지 않을까요?

Q 작년에 오픈하고 1년 만에 핫 플레이스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정확히는 7개월 되었는데요(웃음). 사실 저희가 서순라길 지금의 펍 자리를 계약하려 했을 때 건물주분이 엄청 걱정하셨어요. 이렇게 외진 곳에 펍을 내서 월세를 낼 수 있겠냐며.. 물론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희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희의 맥주와 음식에 대한 철학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일을 진실되게 해나가면 분명 사람들이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확신했죠. 이런 마음을 빠르게 알아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리죠. 저희는 앞으로도 꼭 저희 철학에 맞는,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맥주와 음식만 만들거예요. 계속 믿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그 진심이 분명 전해졌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서울집시의 맥주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 서울집시의 첫 맥주인 ‘뒷동산 에일’은 저희 집 뒷산에서 직접 채취한 효모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어요. 또, ‘오트밀 IPA’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시는 맥주를 만들고 싶어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오트밀을 넣어서 만들었구요. ‘정글주스’와 ‘마링고’같은 경우는 야쿠르트에서 유산균을 직접 채취하고 배양해서 신맛을 내고 과일 주스같은 식감을 내기 위해 맥주 효모가 아닌 야생 효모로만 발효한 굉장히 특이한 맥주입니다. 벨기에식 농주 스타일의 맥주인 ‘소풍’은 맥주에 사용하지 않는 한국 밀을 사용해서 만들었구요.

Q 정말 개성있는 맥주들을 만들고 계시는군요! 요즘 수제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요, 양조사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하신다면?
A 워낙 크래프트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붐이다 보니, 양조사가 되고 싶다며 자문을 구하시는 분들이 거의 매주 찾아옵니다. 일단 양조장 일이 맥주만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양조장 업무는 생각보다 육체노동의 강도가 굉장히 세거든요. 수 십 킬로그램의 몰트 포대와 맥주 케그를 하루 종일 옮겨야 하고, 양조장 업무의 절반 이상은 청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실 저도 콜라보레이션 맥주 만들러 가면 제일 먼저 구석구석 청소부터 해요. 어느 직업이든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고충이 있는 거니까요. 이런 부분들도 감안하셔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맥주 만들기가 맞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늘 화려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는 거겠죠. 앞으로 전개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혹은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맥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사실 머릿속에 너무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가득 차 있어요. 일단 올 가을에는 안동에 위치한 청포도 와이너리에서 채취한 야생효모와 직접 재배한 와인 포도를 이용해서 안동브루잉과 Sour맥주를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해외 양조장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준비하고 있구요.

  • Sour맥주란,
    양조 과정에서 젖산균, 효모 등을 이용해 비교적 오랜 기간 숙성시켜 강한 산미를 가지는 맥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나, 다채로운 맥주의 맛을 찾는 마니아층이 든든하게 형성되어 있다. 유명한 사워맥주로는 듀체스 드 부르고뉴, 플랜더스 레드에일, 몽스카페 등이 있다.

Q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떤 맥주가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의 맥주 시장의 변화는 어떻게 보세요?
A 전 세계적으로 도수가 높은 독주나 라거 맥주보다는 와인과 칵테일 등 과일 맛이 나는 주류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아무래도 지금 주류시장의 큰 소비층이, 어릴 적부터 탄산이나 주스 등 단 음료를 많이 마신 세대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국제적인 주류 트렌드도 ‘칵테일화’ 되고 있어요. 맥주도 이 트렌드를 따라 과일 맛이 많이 나거나 단맛, 신맛이 두드러지는 맥주들이 시장을 이끌 것 같습니다.

Q 네, 더불어 서울집시의 미래도 궁금합니다.
A 서울집시는 아시아에서 맥주로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맥주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저희의 다음 목표인 아시아 최고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선 저희만의 양조장이 있어야 되겠다고 깨달았어요. 내년 양조장 오픈을 목표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조금 덜 하게 되겠지만 좀 더 퀄리티 높고 서울집시의 색채가 가득 찬 다양하고 재미있는 맥주들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신이 납니다.

국내 맥주 시장의 다양화가 무척이나 반가운 요즘, 이현오 양조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맥주 업계의미래가 더욱 밝을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색적이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유랑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하며 서울집시를 나서는 길, 서순라길의 돌담길이 더욱 예쁘고 정겨웠다.

서울집시

  1. 위치 :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107
  2. 연락처 : 02-743-1212
  3. 영업시간 : 화~금 17:00-24:00 / 토 15:00-23:30 / 일 15:00-23:00
  4. 주요 메뉴
  • 맥주 : 변동 (마링고 8.9 / 정글쥬스 7.9 / 가펠쾰시 6.9 / 365IPA 7.9)
  • 푸드 : 오키나와 타코라이스 11.5 / 사천식 마라 닭 연골튀김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