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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2021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 동향 및 전망

트랜스포터 2021년 2월 17일 401

※ 본 컨텐츠는 맥주잡지 트랜스포터 11호(2021년 겨울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사진 및 글을 포함한 모든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소유권은 ‘맥주잡지 트랜스포터’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배포를 금합니다.

[11호] 2021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 동향 및 전망

글쓴이 : 서정익(수입사 원월드비어 대표)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와 사이더를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과 나누고자 수입사 원월드비어를 만들었다. 미국 맥주 양조 협회 (Brewers Association) 회원이자 미국 사이더 협회 (American Cider Association) 회원이며, 수제 맥주를 사랑하고, 수제 맥주를 만들고 즐기는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 마케터로 활약하고 있다.

들어가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고 암울했던 2020년이 지나고 드디어 새로운 희망의 2021년이 밝아 왔습니다. 트랜스포터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여전히, 코로나가 우리들이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 모두 이 상황을 잘 이기시고, 예전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한 마음으로 시원한 맥주 한잔 함께 즐기는 날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2021년 새해와 함께, 트랜스포터 지면을 통해 미국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더 넓은 견문과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으시지만, 제가 살고 있는 미국 서부 지역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은 물론, 주변의 브루어리 관계자와 맥주 애호가들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스토리와 이를 통해 느끼고 배운 내용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모쪼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면서, 제 이야기의 첫 주제인 “최신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동향 및 전망”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2021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3가지 키워드

2021년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웰빙과 프리미엄’, ‘코로나’, 그리고 ‘헤이지(Hazy)와 사우어(Sour)’가 그 주인공입니다.

1. 웰빙 음주 문화와 프리미엄 크래프트 맥주

맥주는 물론, 와인, 사이더, 스피리츠(Spirits), 하드 셀처(Hard Seltzer) 등 다양한 미국 주류 시장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트렌드는 바로 ‘건강한 음주 문화’와 ‘고급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던 시기에 태어난 미국 “베이비 부머들”(1946-1964년생)은 경제 및 군사력 면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급성장하던 미국의 황금기를 이끈 세대 입니다. 베이비 부머들은 자신들이 노력한 덕분에 빠르게 발전하는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의 성장에 큰 자부심을 가졌고, 크고 좋은 집과 차를 샀으며, 무엇보다 많이 마시며 즐겼습니다.

그들의 자녀들인 “X(대략 1966-1980년생) 와 Y(대략 1981-1996년생)세대”는, 어린 시절 비록 닷컴 붕괴와 2009년 리만 브라더스 (Lehman Brothers) 사태 등을 겪었으나, 여전히 자신들의 부모인 베이비부머들이 이뤄 놓은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부모에게 보고 배운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또 즐기며, 어울려 마시는 문화로 술 소비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의 손자, 손녀 세대이며 “Z 세대 (1996이후 생)”라고 불리는 미국의 젊은 층부터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자유와 선택을 훨씬 존중하는 Z세대는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에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음주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자신이 맛있다고 여기는 것을 자신의 건강과 시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입니다.

시장조사 기관인 넬슨 (Nielsen)에 따르면, 몸에 좋은 사과를 베이스로 만든 애플 사이더는 지난 10년간 미국 주류시장에서 10배가 넘게 성장하였고, 알코올 도수, 탄수화물, 칼로리가 낮은 하드 셀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200% 가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소개되는 천연 첨가물, 글루텐 프리 크래프트 맥주들과 더불어, 망고, 파인애플, 수박 등의 과일이 첨가된 맥주들, 그리고 오픈 발효 공정과 수 개월 ~ 1,2년의 시간을 투자하는 배럴 에이징을 거친 사워 (Sour) 맥주의 성장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들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미국에는 9,388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 업체가 있습니다. (IBIS월드자료) 이들은 코로나로 인하여 On-Premise 매출 (브루어리, 펍, 식당 등에서 주류를 구매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시는 경우)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특히. 엄격한 규제를 한 지역에서는 실내 공간에서의 영업을 전면 금지하기도 하여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면 미국 양조장들 다 망했겠다, 하고 생각되시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미국인들의 주류 소비는 집에서 가족이나 소규모의 친구들과 마시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Off-Premise 매출(주류를 판매 장소가 아닌 다른 허가된 장소(집, 캠핑장 등)에서 마시는 경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양조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유명 양조장들의 Off-Promise 매출은 On-Promise의 손실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희 원월드비어와 한국 시장 진출을 논의하던 한 브루어리도 미국 내 Off-Premise 주문의 폭증으로 인하여 몇 달간 관련 논의의 진행을 지연 시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지금까지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줄을 서서 기다린 고객에게만 자신들의 맥주들을 판매하던 곳들도 드디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소매 판매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있는 산타로사에는 매년 2월 첫째 주에 전세계에서 맥덕들이 찾아오는 “러시안 리버 플라이니 디 영거 (Pliny The Younger) 릴리즈”라는 큰 이벤트가 있습니다. “플라이니 디 영거”는  2005년 첫 출시 후 전세계 맥덕들에게 세계 최고의 크래프트 맥주 중 하나로 인정 받는10.25도의 Triple IPA 입니다. 이 기간 딱 2주에 한해 이 맥주를 1인당 2잔 (2020년에는 3잔) 한정으로 판매합니다. 이 때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미 서부의 작은 도시 산타로사에 몰려든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이 2주간 이 곳에서, 먹고, 자고, 관광하면서 창출하는 경제 효과가 $5.1 백만 달러(한화로 대략 56억원)라니 대단하지요? 여하튼, 필자도 몇 년째 평균 네 다섯 시간씩 줄을 서서 맛보던 이 맥주를2021년부터 드디어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하니, 한국 맥주 애호가분들도 온라인 구매에 도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과거에는 꼭 그 브루어리에 가야만 맛 볼 수 있던 좋은 크래프트 맥주들을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으니, 나쁜 코로나가 가져다 준 의외의 면도 있다고 해야 할까요? 청소년 보호 등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이렇게 좀 더 손쉽게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온라인 판매의 성장에 따라 최근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캔 제품의 생산 확대가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판매 시 파손의 위험이 적고 취급이 더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부터도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 되면서, 캠핑장, 바닷가, 강가 등 언제 어디서나 시원하게 맥주를 즐기려는 요구의 확산과 함께 캔 패키지는 이미 큰 성장을 이루던 중이었지요. 아울러, 캔은 산소 차단 효과가 더 커서 맥주의 신선함을 더 오래 지켜 준다는 점도 있으니 이래저래 캔이 인기 있을 만 하지요? 

 3. 헤이지(Hazy)와 사우어(Sour)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도 급성장한 “헤이지 IPA”의 인기는 2021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헤이지IPA스타일이 대중에게 널리 사랑을 받은 것은 불과 최근 몇 년의 일이지만, 사실 이 스타일이 소개된 것은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2003년,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의 일부인 버몬트(Vermont) 의 알케미스트(Alchemist) 브루어리에서 처음 소개된 헤이지 IPA는 풍부한 홉 아로마를 바탕으로 트로피컬(Tropical), 쥬시(Juicy)하면서, 쓴 맛이 적고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점들로 많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 페스티벌 (Great American Beer Festival)에서 헤이지 IPA분야에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많은 377개의 출품작이 선을 보였다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하시겠지요?   

“사우어 맥주”의 경우,  헤이지 IPA에 비하여 아직 보편적으로 널리 사랑을 받는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럴 에이징이나 오픈 발효 등 더욱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양조 과정, 와인과 가까운 향과 맛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으로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다른 맥주 스타일을 크게 선호하지 않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주류 장르로 인기를 얻고 있어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 이렇게 2021년의 미국 크래프트 맥주 트렌드 3가지를 다뤄보았습니다. 어떠셨는지요? 다음 호에서는 더욱 재밌고, 알찬 미국 크래프트 맥주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혹시, 미국 크래프트 맥주와 관련하여 트랜스포터에서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 요청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 번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즐거운 맥주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맥주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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