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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PUB=HUB, 펍의 역할에 관한 고찰

트랜스포터 2020년 11월 3일 117

※ 본 컨텐츠는 맥주잡지 트랜스포터 10호(2020년 가을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모든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소유권은 ‘맥주잡지 트랜스포터’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배포를 금합니다.

[10호] PUB=HUB, 펍의 역할에 관한 고찰

10년간 펍을 운영하며,

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벨지안 펍 ‘누바’ 입니다. ‘누바’는 2011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벨기에 맥주 전문점입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맥주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지만 트렌드와 큰 타협 없이 누바만의 색을 찾으려 노력해왔고, 현재까지도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맥주 라인업을 버라이어티하게 변화시키며 유행을 좇기보다는 좋은 맥주를 꾸준히 취급하면서 아직 수제맥주를 맛보지 못한 많은 분들이 잘 관리된 좋은 맥주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펍을 운영해오면서 자연스레 PUB이라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PUB은 Public House와 동의어라고 합니다. 즉, 대중들이 찾는 공공장소이면서 집처럼 편안하게 즐기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펍 운영자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는 곳이기에 어떻게 공간을 채우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펍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 즉 조명, 조도, 음악, 인테리어, 메뉴 등에 있어 A부터 Z까지 오너의 취향에 영향을 받으며 이는 곧 펍의 개성이 됩니다. 방문객들이 펍을 선택하는 조건에는 맥주와 푸드도 있지만 펍의 분위기와 성격도 있기 때문에, 같은 맥주를 취급하는 곳이라도 서로 다른 분위기와 성격의 펍을 경험하며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만큼 펍의 개성, 아이덴티티, 독립성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What’s New,
그리고 What’s the Best

해외여행을 가면 한번쯤은 그 나라의 펍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새에 수제맥주의 인지도와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지만, 유럽과 미국의 펍 문화와 우리나라의 펍 문화는 여전히 사뭇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펍이 낮부터 오픈을 하고 누군가와의 약속 장소가 되며, 환한 대낮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죠.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은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이러한 해외의 펍 문화를 뒷받침해주는 요소들은 첫째, ‘술을 마신다 = 취한다’ 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 둘째, 신상 맥주 위주로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는 시장이 아니라 항상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맥주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시장의 분위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맥주가 항상 새로운 자극을 주는 존재라기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라는 것이고, 그렇기에 NEW보다는 THE BEST를 더욱 인정하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호프집을 떠올려보면, 고객에게는 맥주의 선택권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 호프집에 가도 국내 대기업의 아메리칸 페일라거 맥주가 꽂혀 있었기에, 메뉴판을 봐도 맥주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보다는 500ml, 3000cc 등 용량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맥주의 다양성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브루어리와 펍, 수입사들이 생겨나며 맥주 생태계가 풍요로워졌습니다. 똑같은 맥주를 취급하는 비슷비슷한 펍이 아니라 브루어리의 의도나 오너의 취향이 반영된 펍들이 등장하고, 고객의 피드백도 활발히 오고가며 색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공급의 증가세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시 한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커진 이 시장에서는 ‘신상’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빠르게 변화해야만 관심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PUB=HUB

맥주는 기호식품입니다. 그렇기에 특히나 크래프트 비어, 나아가 수제 아티잔(Artisan) 비어에 대한 개개인의 취향은 각양각색이고, 이러한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며 두루두루 균형있게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햇빛이 드는 쪽으로만 가지가 뻗어나가는 형세입니다. 유행하는 스타일, 잘 팔리는 스타일의 맥주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훌륭한 맥주임에도 빛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좋은 퀄리티의 맥주를 취급하는 개성있는 작은 펍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라거나 페일에일처럼 익숙한 스타일의 맥주라도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펍, 시장과 공급의 파도에 흔들려 휩쓸리지 않고 개성과 취향을 지켜나가는 펍,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오너가 진정 제공하고 싶은 경험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채우는 그런 펍들이 진정한 HUB가 되어 롱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 장마, 태풍, 폭염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한 해지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Written by, 벨지안 펍 누바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바길 20 2F 
18:00-01:00, @nuba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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