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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과즙미(味) 팡팡! 술술 넘어가는 과일 품은 술

트랜스포터 2020년 11월 20일 33

※ 본 컨텐츠는 맥주잡지 트랜스포터 10호(2020년 가을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모든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소유권은 ‘맥주잡지 트랜스포터’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배포를 금합니다.

[10호] 과즙미(味) 팡팡! 술술 넘어가는 과일 품은 술


새콤달콤한 맛과 화사한 빛깔, 러블리한 비주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푸드 ‘과일’. 과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다른 음식에 첨가하면 (마치 요리연구가 백종원 선생의 설탕처럼) 더욱 훌륭한 맛과 색감을 보장하는 치트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료, 디저트, 술 등 다양한 음식에 단골 부재료로 사용된다. 특히 주류에 있어서도 맛과 향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저도수 알코올의 수요가 늘어나며 과일을 더한 제품들이 더욱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순히 과일맛 시럽, 퓨레 등을 첨가하여 향만 가미한 것이 아닌 진짜 과일을 듬뿍 넣은 ‘과즙味’ 팡팡 풍기는 색다른 주류 3종을 만나본다.

#이것도술이야? #술의재발견 #찐과일주
 

1. 사과와 알코올의 만남, 사이더(CIDER)

“사이더(Cider)”는 사이다와 다르다, 는 이제 다소 식상할 수 있는 문장을 다시 한 번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사이더는 사이다와 다르게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는 주류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선 개념이라 혼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는 마실 수 없는 사이’더’는, 사전적 정의상으로는 사과를 발효하여 만든 과실주라고 하는데, 사실 사과 외에도 다양한 과일을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배 사이더, 복숭아 사이더, 심지어 맥주의 주요 원료인 홉(hop)을 가미한 홉 사이더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사이더는 주류이지만 도수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고, 달콤한 과일의 풍미가 강한 편이라 알코올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술술 넘어가는 앉은뱅이술 중 하나. 스파클링 와인과 흡사한 느낌의 달달한 맛과 부담없는 도수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내고 싶은 경우에 마시기 제격이다. 특히 최근 들어 “안 취하려면 왜 마셔” 보다는 “한 잔을 마셔도 맛있고 즐겁게”의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더욱 핫한 주류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사이더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출처 @portlandcider

국내에서 양조되는 로컬 사이더로는 남양주에 위치하고 있는 브루어리 “핸드앤몰트”의 애플사이더, 홉사이더, 그리고 충주에 위치하고 있는 국내 유일 사이더리 “댄싱사이더”의 댄싱파파, 스윗마마 등이 대표적이며,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수입 사이더로는 애플폭스, 앵그리오차드, 써머스비, 매그너스 등 비교적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에도 포틀랜드 사이더, 피즈 등 새로운 사이더가 수입된 바 있으며, 향후에도 보다 다양한 제품들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dancingcider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맥주를 양조하는 브루어리에서 사이더를 양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2년 전 사과의 고장 충주에 댄싱사이더(Dancig Cider)가 등장하면서 국내 1호 “사이더리(Cidery)”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국가임에도 국내에서 ‘애플사이더’라는 주류 카테고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던 젊은 두 대표에 의해 탄생한 댄싱사이더는, 그 이름에 걸맞게 젊고 유쾌한 매력을 뽐내며 맛있고 청량한 사이더를 선보이고 있다. 충주의 품질 좋은 사과를 활용하여 설탕이나 착향료 없이 만든 건강한 댄싱사이더의 사이더들은 한번 맛 보면 또 찾게 되는 매력을 풍긴다.

댄싱사이더 ‘치키피치’

부사를 활용하여 만든 대표 라인업인 댄싱파파와 스윗마마 2종 외에도 사과와 홉을 넣어 만든 더그린치, 오미자와 라즈베리를 담아 산뜻한 맛과 은은한 로제빛으로 시각과 미각 모두를 사로잡는 요새로제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복숭아를 넣어 만든 “치키피치”도 출시하며 사이더라는 장르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선한 제철 복숭아를 직접 착즙하여 맛을 낸 ‘치키피치’는 인위적이지 않은 복숭아 본연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시즈널 사이더로 9월 중순부터 한정수량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커피’라는 한 단어로 통칭하지만 원두나 로스팅 기법에 따라 다 같은 맛이 아니듯, 사이더 역시 사과, 청사과, 복숭아 등 메인 과일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고, 같은 사과를 사용해도 달콤한 스윗마마와 드라이한 댄싱파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사이더라는 스타일 또한 흥미롭기 짝이 없다.

댄상사이더는 전국 단위로 팝업스토어나 박람회 등에 부지런하게 참여하고 있어 조금만 발품을 팔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의 진행이 불투명하다는 부분이 아쉽지만, 10월에는 오산 야맥축제, SCR(Seoul Community Radio)과의 콜라보 등도 준비 중이라고. 또, 아직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주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지만, 댄싱사이더의 제품은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여 만든 전통주로 분류되어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2. 맥주계의 신세계, “프룻 람빅(LAMBIC)”


이거 알면 최소 맥잘알!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람빅(Lambic)”은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의 맥주이다. 보통 맥주의 종류를 구분할 때 크게 라거와 에일이라는 큰 두 가지 갈래로 가르곤 하는데, 람빅은 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스타일로서 맥주지만 맥주같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람빅은 벨기에의 브뤼셀 인근 알레(halle) 지역을 본고장으로 하는데, 이 지역의 미생물을 발효하여 만들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양조하더라도 이는 똑같이 람빅이라 부르기에 어렵다. 실제로 타 지역에서는 거의 양조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린데만스 람빅 5종

람빅이 독특한 특성을 갖는 요인은 그 양조 과정에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비롯, 먹거리를 생산할 때는 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위생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람빅은 일부러 공기 중에 맥즙을 노출시켜 젖산균이나 브레타노마이세스 등의 미생물들이 이와 반응해 독특한 향과 신맛을 내도록 유도한다. 덕분에 람빅은 김치나 요거트에서 느낄 수 있는 발효식품 특유의 쿰쿰함과 시큼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발효된 벨기에의 맥주를 람빅이라고 부르며 독자적인 영역으로 분류하는데, 람빅의 신맛과 쿰쿰한 향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적지 않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깐티용(Cantillon)과 우리나라에서는 3분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드리 폰타이넌(3 Fonteinen) 등이 특히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귀한 대접을 받는다.

출처 @3fonteinen

하지만 그 신맛을 어려워하는 사람 또한 많기에 과일이나 설탕 등을 가미하여 신맛을 조금 완화시키고 단맛을 내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도전해보기에 문턱이 낮은 좋은 “프룻 람빅”은, 말그대로 람빅에 과일을 첨가한 것으로 복숭아, 사과, 각종 베리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사용된다. 국내에도 여러 종류의 프룻 람빅이 유통되고 있으며, 과일의 달달함과 컬러풀하고 예쁜 라벨을 앞세워 펍이 아닌 카페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바틀샵이나 펍에 가야만 구할 수 있어 조금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일부 제품들은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도 있다. 마트 주류 코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바틀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프룻람빅일 가능성이 크다. 벨기에 람빅 명가 린데만스 브루어리의 프룻람빅 5종이 국내 대형마트에 유통되고 있는데, 각각 체리(크릭), 복숭아(뻬슈레제), 프람브와즈(라즈베리), 애플, 카시스를 함유한 것으로 새콤달콤한 과일맛을 강하게 풍긴다. 또, 팀머만스의 오드 크릭과 피치 람빅, 분 브루어리의 크릭 분, 오와 브루어리의 유즈람빅, 우메람빅, 리프만스 브루어리의 리프만스 프루트제 등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프룻람빅들이다.

저도수의 달달한 맥주인 프룻 람빅은 식전주로 식사 전에 마시거나 혹은 디저트와 함께 가볍게 즐기기에 딱 좋다. 단, 단맛이 가미되어 신맛을 중화시켜 주기는 하나 신맛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취향을 많이 타는 스타일의 맥주라 한번 마시고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도 많지만 한번 마시고 손을 대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았기에,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해보길 추천한다.

3. 맥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스무디IPA”(written by 음미하다)

쓴맛을 자랑하는 IPA의 친척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가득한 과일 맥주가 있다면?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밀려오는 “스무디 IPA”라는 장르의 맥주가 있다.

스무디IPA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일단 그 전 단계인 IPA가 어떤 맥주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IPA는 맥주의 변질을 막기 하기 위해 홉을 많이 넣어 만든 맥주 스타일이다. 그런데 홉은 맥주의 쌉쌀한 맛을 담당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홉의 쓴맛을 강조한 미국식 IPA 를 접해본 경우라면 자연스레 ‘홉이 많이 들어간 맥주는 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홉이 오직 쓴맛을 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저온에서 다량의 홉을 넣고 맥주를 만들면 발효 과정에서 쓴맛 이외에도 다양한 홉의 향이 맥주에 묻어난다. 이 과정을 ‘드라이 호핑(Dry hopping)’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오랜 품종 개량을 통해 탄생한 미국 홉은 드라이 홉을 할 경우 강한 열대 과일 향이나 복분자와 같은 베리 향을 낸다. 이렇게 홉의 쓴맛은 최대한 줄이고 드라이 홉을 통해 향긋한 홉 향을 강조한 맥주가 바로 ‘뉴 잉글랜드 IPA (NEIPA, ‘뉴잉’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이다. 뉴잉은 과일향뿐 아니라 마치 오렌지 주스와도 같은 뽀얀 색상과 부드러운 맛으로 수많은 맥주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다.

크래머리 ‘트로피컬 스무디IPA’

이 뉴잉글랜드IPA에서 과일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스무디IPA”이다. 람빅 같은 과일 맥주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생긴 신맛이 강한 반면, 스무디 IPA의 경우 새콤달콤한 과일 주스 같은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새로운 스타일이라 스무디, 밀크쉐이크, 슬러시, 라씨, 프루트 사워, 프루트 고제 등 그 맛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패션프루트, 파인애플, 망고 같은 열대 과일과 딸기,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 뿐 아니라 코코넛, 바닐라, 베르가모트 등 디저트나 칵테일에 쓰이는 향신료까지 다양하다 못해 현란한 재료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 맥주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당 (락토스)이 들어갔다는 점이다(일반 사워 비어와 구분할 수 있는 큰 포인트이다). 유당은 우유에 많이 포함된 당분이라 맥주에 유당이 들어가면 마치 연유나 요거트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 많은 양의 생과일이나 과일 퓌레, 향이 추가되면 스무디 같은 부드러운 질감과 과일 맛의 맥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출처 : @omnipollo


다양한 스무디 IPA를 만드는 브루어리로는 마치 디저트 한 잔을 마시는 듯한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유명한 ‘옴니폴로 (Omnipollo)’를 꼽을 수 있다. 옴니폴로의 스무디 IPA로는 비앙카 라씨 고제, 테프넛 시리즈가 있다. 옴니폴로와 테프넛 시리즈를 함께 만들기도 한 ‘더 베일 브루잉 (The Veil brewing)’에서도 다양한 스무디 IPA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다.

스무디 IPA는 다량의 과일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정판으로 소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맛이 쉽게 변하는 편으로 신선한 지역 맥주로 접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한국 브루어리 중에서는 아직 스무디 IPA를 만드는 곳이 많지 않은데, 필자가 캔 라벨 작업을 맡고 있는 ‘크래머리 브루어리’에서 최근 망고와 패션프루트, 파인애플과 유당이 들어간 ‘트로피칼 스무디 IPA’를 출시했다. 또한 더랜치 브루잉에서도 밀크쉐이크 IPA인 ‘뉴트로IPA’ 를 생산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해당 브루어리나 탭룸을 찾아가보자.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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