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al Beer Magazine

[9호] 맥주 +@, 맥주와 문화가 있는 곳

트랜스포터 2020년 7월 9일 271

※ 본 컨텐츠는 맥주잡지 트랜스포터 9호(2020년 여름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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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맥주 +@, 맥주와 문화가 있는 곳

#탭하우스F64 #데어이즈북스 (도화아파트먼트) #와일드웨이브

맥주 x 사진 “탭하우스F64”

사진 감상하며 한 잔, 탭하우스F64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F64라는 이름에서 이미 이 펍과 사진과의 관계를 눈치챘을 것이다. (F값은 카메라 렌즈의 밝기를 나타내는 수치로 F 뒤에 숫자를 붙여서 표현하는데, F64는 대형 카메라의 최소 조리개 값을 의미한다). 내부를 둘러보면 이 펍과 사진과의 관계가 보다 명확해진다. 일단 탭하우스 내부에 걸려져있는 멋진 사진 작품들이 심상치 않다. 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브루어리별 탭핸들 대신 카메라와 관련된 아이템을 얹어놓은 세상에 둘도 없는 고유한 탭핸들 역시 눈길을 끈다(대신 다른 탭핸들을 열심히 수집하여 한켠에 진열해 놓았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서 궁금증 해결. 탭하우스 F64는, 과거 기자 생활을 하며 현장 취재도 하고 사진과 영상을 두루두루 다뤘던 변성진 대표가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이중생활(?)을 하며 만들어낸 공간이다.

다른 필드에 계시다가 어떻게 수제맥주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셨어요? 틀에 박힌 질문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흥미로웠다. 약 20여년 전, 기자였던 변성진 대표는 취재 대상으로서 하우스 맥주를 두 차례나 만났다. 하지만 당시의 하우스 맥주는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 채 변성진 대표를 스쳐 지나갔다. 보다 시간이 흐른 뒤, 수제맥주라는 이름으로 다시 변성진 대표 앞에 나타난 맥주는 보다 흥미로웠는데, 당장 남대문에 가서 브루잉 도구를 구할 정도였다. 비슷한 도구라고 생각해 무려 ‘국통’으로 브루잉을 시도했다는 점은 잊지 못할 에피소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한 홈브루잉은 당연히 실패했지만, 그 뒤로도 다양한 재료를 넣어보며 여러 차례 시도를 거듭했고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까지 취득할 정도로 깊이 파고들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맥주는 사진과 비슷했다. 맥주를 양조하는 과정은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고, 하나하나 작업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반영되는 Craft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무엇보다도 결과물이 개인의 취향을 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점도 같았다. 그렇게 수제맥주는 변성진 대표의 생활에 깊이 들어왔고, 마침내 탭하우스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탭하우스 오픈을 하면서부터 펍 내에 사진 전시를 할 것을 염두에 뒀어요. 그래서 벽 인테리어에 특별히 힘을주지 않았고, 대신 작품을 걸 수 있는 줄과 조명을 설치했죠.” 변성진 대표는 학생 때 전시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학생은 물론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무료로 전시 공간을 빌려주고 있다. 사진의 실력이나 주제에 대한 제한없이 탭하우스F64에 사진을 걸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도 좋다. 단, 이 공간은 꽤 인기가 많아서 이미 올해 11월까지 전시 일정이 꽉 차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아마추어 작가에게는 좋은 전시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펍 방문자에게는 작품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F64. 갤러리 카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갤러리 탭하우스는 국내에는 유일무이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 방문객들이 자리에 앉아서 고개만 돌려 소극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맥주잔을 들고 보다 가까이에서 다양한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맥주도 사진도 아쉬움없이 충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뿐만 아니라, 맥주와 사진의 컬레버레이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맥주와 관련하여 사진 저작권 프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진과 맥주의 시너지로 틀을 깨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러한 변성진 대표의 의지와 시도가 수제맥주 업계에서 값지게 활용되기를 바라며 잔을 들었다. 사진이 있는 공간에서 마시는 맥주는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탭하우스F64
l  서울 성북구 성북로19-1, 2층
l  월-토 18:00-02:00, 일요일 휴무
l  인스타그램 @tapf64

맥주 x 도서
“데어이즈북스 (@도화아파트먼트)”

도화동의 새로운 아지트, 도화아파트먼트(& 데어이즈북스)

복숭아꽃이 가득할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이름의 마포구 도화동, 이 조용한 동네에 ‘도화 아파트먼트’라는 새로운 공간이 최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거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단장한 구석구석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어마어마한 크기의 로스터기만 봐도 이 카페가 보통 공을 들인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번에 포인트를 맞출 부분은 카페 위층에 자리하고 있는 “데어이즈북스”다.


데이어즈북스는 ‘도시 생활자를 위한 인문 책방’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는 소규모 서점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도시인들이 만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며낸 공간이다(데어이즈북스의 로고가 바늘에 실을 꿰는 모습이라는 것을 발견한 눈썰미 좋은 분이 있다면 이해가 빠르겠다).

데어이즈북스의 책방지기이기도 한 오윤희 대표는 ‘오늘은 수제맥주’라는 국내 브루어리 투어기를 출판한 경력을 가진 자타공인 맥주 러버. 현재는 도시생활자들이 퇴근 후에 즐기기 좋은 맥주들과 함께 책맥 클래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제맥주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플래티넘의 홍창수 양조사도 함께 하는 이 책맥 클래스에서는 맥주에 대한 가벼운 강의를 듣고 플래티넘 맥주를 시음하며, 오윤희 대표가 큐레이션한 도서를 만난다.

사진 제공 : 데어이즈북스

맥주와 매칭되는 도서는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이번 책맥 클래스에서 플래티넘의 “퇴근길”과 어울리는 맥주로 오윤희 대표가 큐레이션한 도서는 바로 ‘퇴근길 철학툰’이다. 플래티넘 브루어리의 편의점 베스트셀러이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시트러스한 라거 맥주인 ‘퇴근길’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철학 만화이다. 일터에서 해방된다는 기쁨이 있기는 하지만 8시간 이상의 근로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퇴근 후에 철학책이라니, 가혹하지 않냐고 반문하지 마시라. 의외로 쑥쑥 잘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이지만 동시에 철학이라는 지적 허영까지 채울 수 있는 책이니까.

홍창수 양조사의 큐레이션은 ‘회사밥맛’이라는 일상 공감툰. 회사원인 작가가 겪는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그리고 있어 무한 공감 가능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동질감과 씁쓸함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퇴근길’ 한 캔은 금세 동날 것. 그 밖에도 맥주 ‘골목대장 골든에일’과 도서 ‘도시생활혁명’을, 맥주 ‘인생에일’과 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까지 총 4가지의 책맥 페어링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중 한 권의 도서를 랜덤으로 받으며 클래스가 마무리된다. 내 손에 쥐어지는 책이 어떤 책일지 또한 하나의 설렘!

데어이즈북스의 책맥 클래스는 매월 진행되며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데어이즈북스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확인할 수 있다. 올 여름 도화동에서 “한 여름밤의 책맥 여행”을 즐겨보길!

도화아파트먼트(& 데어이즈북스) 
l  서울 마포구 도화2길27
l  매일 10:00-21:00, 월요일 휴무
l  인스타그램 @thereisbooks

맥주 x 서핑
“와일드웨이브”

Be a surfer! with 와일드웨이브

바야흐로 서핑의 계절, 부산 송정이 핫하다. 미국, 호주 등지에서 발전해 온 서핑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보다 일찍이 자리잡은 스킨스쿠버, 제트스키, 요트 등의 해양스포츠를 제치고 월등히 높은 이용률을 보이며 근 몇 년 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스레 제주 중문, 강원도 양양, 부산 송정 등 서핑 명소들도 더욱 활성화되었고 방문객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사진 제공 : 와일드웨이브

송정 지역과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수제맥주 브루어리 ‘와일드웨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송정에 자리잡아 넘실거리는 파도 로고를 걸고 국내 최초 사우어 비어를 선보인 와일드웨이브의 성장 역시 서핑의 성장만큼 눈부셨다. 파도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과, 그리고 서핑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송정의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는 양조장이고 싶다는 바람을 충분히 이룬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송정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으니까.

와일드웨이브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는 쿰쿰한 향과 시큼한 맛으로 국내 사워맥주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설레임’이지만, 서핑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양조한 ‘서핑하이(surfing high)’도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파도를 타는 듯 가볍고 상쾌한 느낌과 꿀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여름에 어울리는 에일 맥주인 서핑하이는, 서핑 후에 마시기에 제격이다. 꿀꺽꿀꺽 넘길 수 있는 깔끔함이 갈증을 달래주고, 향긋한 꿀과 레몬 느낌이 에너지를 채워준다.

서핑과 바다를 소재로 하여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로컬 스튜디오 ‘그라핀’과 함께 한 패키지 디자인과 다양한 굿즈도 눈에 띈다. 그라핀의 pine은 소나무를 의미하는데, 이는 송정 지명에 들어가는 ‘소나무 송松”에서 따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름이면 ‘비어 서퍼(be a surfer 혹은 beer surfer)’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서핑에 첫 도전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교육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한편, 서핑 후 서핑하이 한 잔을 마시며 송정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조심스럽지만 언제든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고, 랜선 만남도 진행해볼 예정이라고.

“실제로 저희 직원들은 평소에 서핑을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물이 무섭고 두려웠어요. 그래서 오늘은 패들링만이라도, 오늘은 한 번 일어서보자, 하는 식으로 작은 목표를 세워가며 바다와 가까워지려고 했고 점점 여유가 생겼답니다. 보드 위에서 변하고 성장하는 그 성취감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서핑을 하면 무!조!건! 맥주 생각이 날 겁니다. 언제든 송정으로 오세요!” 와일드웨이브 최승하 마케터가 보내는 응원과 격려에 일단 해보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 긍정 에너지가 감돈다. 서핑 후 서핑하이 한잔, 너무나 멋진 여름이 될 것 같다.

와일드웨이브(송정)
l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l  매일 18:00-01:00, 월요일 휴무
l  인스타그램 @wildwave.b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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